내수부진 심화 속 실물경제 타격 한미 회담 등 정상급 외교 제동 수출 기업 불이익 가능성 커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성명문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으며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위협이 가시화된 가운데 대중국 수출 통제 등 대외 불확실성 악재 속에 행정부 수반마저 사실상 일선에서 사라지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리 경제 정책이 실종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탄핵 정국과 다르게 현재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구조적인 장기 침체를 막을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일단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비상 사령탑' 역할을 맡아 경제 현안과 위기관리를 주력한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경제부총리인 제가 중심이 돼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 타워 중심으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범부처 경제금융상황 점검 TF 등 관계 기관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없었을 정도로 힘이 빠져 있다는 게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탄핵 정국이라는 어두운 터널에 갇히며 경제적 파장은 클 전망이다.
생산자물가 소폭 하락 [연합뉴스]
과거 소비 지표에서는 탄핵 정국을 맞으며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때인 2016년 4분기 소피 지표는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97.0(2020=100)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해 1분기는 4.7%, 2분기 5.5%, 3분기 3.2%에서 큰 폭으로 둔화했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되면서 소비 지표는 더 꺾였다. 2017년 1분기와 2분기가 각각 1.4%, 1.0%를 기록하며 1% 증가율에 머물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던 2004년 1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1% 떨어졌다. 소비지표가 고끄라진 것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행정부 리더십 부재'로 경제 정책 추진 동력도 잃어가는 양상이다. 당장 2025년 예산안도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탄핵 국면으로 민생 예산 처리 신속하게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는 10일까지 예산안 관련 합의를 해달라고 했지만, 관련 논의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도체 기업에 52시간 근무 예외와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이른바 '반도체특별법(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의 여야 간 합의 처리도 길을 잃었다.
대규모 전력을 쓰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전력망을 확충할 때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동력을 빼앗긴 모양새다.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사업(대왕고래 특별법) 등도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추진 동력에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주주환원 확대한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상속세 관련 최대 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 등 정책들도 좌초될 운명에 빠졌다.
산업이나 통상과 불가피한 관계인 외교도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 1월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맞아 관세 정책 등 논의를 위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은 실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협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등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방한 계획도 일본 정부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빨리 시행돼야 할 경제, 외교 등 정책들이 탄핵 이슈가 집어삼키면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수 부진으로 1%대 저성장 기조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제 불안감이 커진 만큼 한시가 아쉬운 상황에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탄핵 정국보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은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정책 집행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예산은 야당도 얻는 이득이 있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기업 구조조정 등에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내수 침체가 지금보다 더 심화될 수 있어 내수 진작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내수 진작을 위해 유동성 공급 등 추경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