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종, 아니 불, 써 이, 하늘 천, 아래 하, 어조사 지, 병 병, 말이을 이, 이로울 리, 하나 일, 사람 인. "천하를 손해보게 하면서 한 사람을 이롭게 할 수는 결코 없다"라는 뜻이다. 사마천 '사기'(史記) 본기(本紀)의 첫권인 오제본기(五帝本紀) 편에 나온다. 오제(五帝)는 중국 고대 다섯명의 제왕들을 말한다.
요순(堯舜)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꼽힌다. '요순 시대'라고 하면 태평성대의 의미다. 요 임금은 말기에 후계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요가 "장차 누가 내 일을 계승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자 방제라는 신하가 "적장자(큰 아들) 단주가 사리에 밝고 명석합니다"라며 요 임금의 아들 단주를 거론했다. 그러자 요 임금은 "아니오! 그 애는 덕이 없고 다투기를 좋아하여 쓸 수가 없소"라며 다른 사람을 추천하라고 했다. 환두(驩兜)가 공공(共工)을 추천했지만 요 임금은 공공은 말만 번지르하고 행동은 바르지 못하다며 다시 추천하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가장 큰 골치거리였던 황하의 홍수를 다스릴 치수사업의 전문가로 곤(鯤)이 요 임금의 한차례 거부 끝에 재추천을 받아 기용됐다. 하지만 그 역시 9년이 지나도록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재위 70년에 접어든 요 임금은 다시 후계자를 추천하게 했고, 이렇게 해서 마침내 홀아비 순(舜)이 발탁됐다. 요는 평화로운 선양(禪讓·정권 이양)을 위해 두 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순에게 시집보내 그의 덕을 살폈고, 나라 안팎의 일을 맡겨 그의 통치력을 시험했다. 이렇게 해서 순은 임금 역할을 약 20년동안 해낸 후에야 완전히 제왕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요는 자신이 순에게 권력을 넘겨준 이유로 "순에게 넘겨주면 천하가 이롭고 단주만 손해 보면 되지만, 단주에게 넘겨주면 천하가 손해를 보고 단주 한 사람만 득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하를 손해보게 하면서 한 사람을 이롭게 할 수는 결코 없다"고 했다. 공사분별의 최고 경지를 보여준다. 전국시대 말 진(秦)나라의 승상 여불위(呂不韋)가 펴낸 여씨춘추추(呂氏春秋)에선 "사적 원한이 공적인 일에 개입되어서는 안 되는 바(私仇不及公·사구불급공), 좋아한다고 해서 잘못을 감출 수 없고(好不廢過·호불폐과), 미워한다고 해서 잘한 행동을 없앨 수 없다(惡不去善·오불거선)"고 했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列傳) 중 악의 열전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떠나라"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소동'을 보면서 사기의 명구를 떠올려봤다.
강현철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