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이 the삶(더삶) 대표
지역 과학기술원의 이공계 교수들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이직하는 바람에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뉴스를 봤다. 어느 과기원에서는 지난 3년동안 교수진의 10%가 실험 장비를 가지고 떠났다고 한다. 교수를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은 난감해졌다. 뉴스는 "학생들은 의대로, 교수들은 수도권으로"라는 문구로 마무리되었다.

이공계 교수들이 서울로 옮겨가는 주된 사유는 자녀 교육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어느 동네로 이사했을까?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차피 이사의 사유가 자녀 교육이라면 학교 분위기가 좋고 입시 대비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동네들을 우선 고려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목동, 노원 같은 곳들이다.

서울의 학생들은 이미 강남 3구에 집중되어 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를 학생으로 보고 통계를 내면 서울 소재 학생의 5분의 1이 강남 3구에 산다. 강남 3구에 노원구와 양천구를 합하면 이 비율은 3분의 1에 달한다. 이렇게 본다면 서울대학교 입학생 중 강남 3구 비율이 높다는 것은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반면 서울 다른 지역의 학교들은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이 많다. 서울 지역 초·중·고 전체의 약 13%인 169개 학교가 '소규모 학교'로 관할 교육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소규모 학교란 전교생이 240명 이하인 초등학교를 가리키는데, 대개 6학년에서 1학년으로 갈수록 학생 수가 적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게다가 학년별, 학급별로 학생들이 계속 빠져나간다. 반 아이들이 줄줄이 전학을 가는 학교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아이들은 친구가 떠나가는 일에 익숙해 무덤덤하게 반응한다. 처음에 의욕적이었던 교사도 기운이 빠진다.

저출생만이 원인은 아니다. 최근 10년 간 서울의 집값이 치솟은 탓에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아서기도 하다. 서울에서 '소규모 학교'가 많다는 용산구, 종로구, 성동구를 보면 하나같이 집값이 크게 상승한 지역이다. 반면 위례나 동탄 같은 2기 신도시 지역에는 학생이 몰려 과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건물을 6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추가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토록 심한 불균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앞으로 학령기 아동이 있는 가구들은 특정한 몇몇 지역에 모여 살게 될지도 모른다. 부동산 시장은 이런 불균형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우선 투자 관점에서 이른바 '학군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흐름이 있다. 학군지와 비학군지로 양극화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학군지 내에서도 양극화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나온 곳은 대부분 강남 3구라고 한다.

다음으로 3040의 이른 바 '초품아' 선호 현상이 눈에 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수세를 주도했다는 3040 세대의 관심은 초등학교와 가까운 아파트에 모였다. 주변 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지가 아파트 거래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는 말도 있다. 도보로 등교가 가능한 곳, 15분 이내 등교 가능한 곳,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등교가 가능한 곳 등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더, 더 좋은 입지를 찾기 때문에 학군지 부동산 가격은 유지되고 '초품아'는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는 3040 부모를 정말 피곤하게 한다. 아이를 낳는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에 살면서 어느 학교를 보낼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모든 것이 돈이고, 모든 것에 노동소득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가 존재한다.

그래도 이런 것은 결혼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다. 3040 부모는 아무나 되나? 2022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92%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혼할 엄두를 못 낸다.

그런데도 정부의 관심은 부동산 감세와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요건 완화에 집중되는 것 같다. 정부는 오는 12월 2일부터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현행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소득 요건을 2억5000만원으로 더 올릴 예정이다. 각자 집이 있는 사람이 결혼해서 1가구 2주택이 된 경우 1가구 1주택으로 간주해서 종부세 및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도 연장해준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자산가나 고소득자의 이해관계에 더 기울어지는 느낌이 든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할 의지가 있다면 결혼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여유를 만들어줄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한 격차 사회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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