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1년 전 정기 인사에서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전원 연임을 결정한 것과 달랐다. 이번에는 인적 쇄신 및 세대교체 카드를 꺼냈다. 진 회장은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며 내부의 근원적인 혁신을 위해 강력한 조직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진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는 5일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등 CEO 후보자를 발표했다. 신한카드·증권·캐피탈·제주은행·DS 등 9개 자회사 CEO를 교체했다. 신한카드 문동권 사장의 후임으로 박창훈 본부장을,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사장 후임으로 이선훈 부사장을 각각 추천했다.
우수한 성과 및 내부통제 강화 등 역량을 입증한 신한은행 및 신한라이프 등 CEO 3명에 대해선 연임 추천하기로 했다. 향후 정상혁 은행장은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추진 동력을 강화하고,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은 생보업권 '톱(TOP) 2' 전략을 앞세워 경영 성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경위는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을 제주은행장으로 신규 추천했다.
1964년생인 정 은행장은 1990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경영기획그룹 상무와 소비자보호센터장, 자금시장그룹 담당 부행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2월15일 행장에 취임한 바 있다. 자경위는 "견조한 자산 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가,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보였다"며 "안정적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시도로 혁신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대표 보험 자회사의 수장인 이 사장은 통합 후 최대 이익을 올리면서, 부여된 1년의 임기 동안 톱 티어(Top-Tier) 생보사로 도약을 위한 성장 전략을 가속화한다. 보험 영업 부문은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며 'GI(GA Innovation)' 전략을 내세우며 전속 설계사 조직의 규모를 지속해 확대할 계획이다. 혁신적인 상품 공급과 플랫폼 연결을 통한 고객 확장 전략으로 차별적인 영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와 시니어 마스터 플랜 실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날 CEO 교체 인사 중 신한카드가 눈에 뛴다. 신한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업계에 고질적인 문제로 본업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가운데 쌓인 데이터 역량 등을 내세우며 '불안정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경위는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추진력 강화와 조직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 차원에서 신한카드 CEO를 교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7월 그룹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시했다.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있어야 밸류업 계획 등이 차질 없을 것으로 본 것이다. 신한카드는 현재 카드업계 1위를 유지하지만, 삼성카드 등 2위권 사업자와 격차가 축소되며, 업권을 넘나드는 치열한 경쟁 속 차별적인 성장 모멘텀을 내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경위는 신임 사장에는 부사장도 거치지 않은 박창훈 본부장을 기용하는 파격 인사를 했다. 박 본부장은 페이먼트(Payment) 그룹과 신성장본부, 영업추진팀 등 디지털과 영업 관련 핵심 부서를 거쳤다.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시키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문책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발생한 파생 상품 사고에 따라 내부를 수습하고 체질 개선을 주도할 후임 CEO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선훈 신임 사장은 전사리스크 관리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1999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리테일 분야와 전략 기획을 담당했다. 이후 외부 증권사의 대표이사를 거쳐 다시 복귀했다. 내부 이해도와 외부 관점의 객관성을 함께 겸비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파생 상품 사고 관련 후속조치를 위한 '위기관리·정상화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을 맡고 있어, 향후 조직 쇄신에 큰 역할을 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신한캐피탈 CEO에 내정된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은 디지털 사업과 영업추진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을 보유했다. 신한저축은행 사장 자리에는 채수웅 신한은행 본부장이, 신한 DS 신임 사장으로는 그룹 내 ICT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민복기 신한은행 본부장이 추천됐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사장은 추진 중인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재선임하기로 했다.
이날 자경위에서 추천된 대표이사 후보는 각 자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 요건과 적합성 여부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 각 사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