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안한 의료인 '처단'한다는 포고령에 깜짝 놀라… '즉흥적' 결정이 폐단
국민이 尹 뽑은 건 공정·상식에 대한 기대 때문 … 탄핵은 여야 떠나 신중해야
의정갈등, 이미 의정 모두 패배 상태… 의대증원 조정 등 열어놔야 해결 가능
4대 개혁 중 노동 개혁이 가장 시급…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할 수 있게 해야
5·18은 자유·민주·친미 운동… 일부 종북세력이 민중·반미·친북으로 몰아가

박은식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 박동욱기자 fufus@
박은식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은식 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비상계엄 해프닝'은 순전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판을 깔아준 것입니다. 보수로서는 또다시 큰 시련을 예고한거죠."

5일 서울 송파에서 만난 전남 광주 출신의 '보수 청년 의사' 박은식(40)씨는 윤 대통령의 비상게엄 선포가 잘못된 것이라며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특히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게엄 포고령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국민들에 즉흥적으로 비춰지는 통치 행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박씨는 "국민이 윤 대통령을 뽑은 건 공정과상식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며 "법조인 출신이라 하더라고 (정치에선) 법 영역 바깥의 정무적 판단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치인 한 개인에 따른 일희일비가 아닌 보수이념을 녹여낸 정책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아 한다"며 "3대 개혁 중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노동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10개월여째 진행되는 의정갈등에서 윤 대통령은 이미 패배한 상태라며 의대증원 조정 등 모든 걸 열어놔야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5.18에 대해선 자유민주·친미 운동이었다며 "일부 종북세력이 민중·반미·친북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식 의사는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한양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펠로우를 거친 소화기 내과 전문의로 현재 서울의 한 내과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국민의힘이 당 쇄신을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영입을 추진했으나 고사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돼 지난 4월 광주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2016년 군의관이 돼 강원 철원GOP부대에서 복무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안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호남에서 나고 자라며 몸에 밴 생각과 관념이 현실과 충돌할 때면 무엇이 맞는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사이버대에 등록해 법학과 경영학도 공부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 정신을 알게 됐다. 호남의 정치적 편향성을 타파해 보고자 칼럼을 쓰고, 시민단체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광주 동남을구 당협위원장 직을 맡고 있으며, 최근 보수의 가치를 담은 '당신을 설득하고 싶습니다'(기파랑 펴냄)를 출간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야당은 국회에 대통령 탄핵안까지 제출했는데 향후 정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당이 먼저 잘못한 건 맞습니다. 예를 들면 탄핵을 남발하고 내년 예산안을 완전히 난도질했죠. 이러면 정부가 제대를 일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한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건 잘못한 것입니다. 보수 전체가 또다시 큰 시련에 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계엄포고령 1호 5항에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해 깜짝 놀랐습니다. 처벌도 아니고 처단이라는 단어는 감적이 실린 것이잖아요. 그런 단어를 쓰고, 국회에 보냈던 군이 얻어맞고 나오는 걸 보며 준비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탄핵이라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 사유나 이런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이념과 사상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한 정치인 개개인의 잘잘못에 따라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이념을 녹여낸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구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해프닝'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완전히 판을 깔아준 겁니다. 사법부 판결을 기다리면서 예산안 재협상 및 추경을 추진하고 탄핵남발은 당과 여론전으로 대응했으면 좋았을텐데요."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호남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너무 좋지 않습니다. 대선때 광주에서 12% 정도의 지지를 받으셨습니다마는, 특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거의 무속인 수준이라는 괴담이 많이 유포됐었고, 그런 측면에서 안타깝습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대선 패배 후 불신을 받다가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지켜보고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선 '비상계엄 해프닝'에 따른 급한 불부터 꺼야죠. 국민들에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분을 대통령으로 뽑아줬던 이유는 공정과 상식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 겁니다. 공정과 상식은 법의 영역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법의 영역 바깥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좀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타깝게도 총선에서 대패하게 되면서 거부권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죠. 교육·노동·연금 개혁 중 저는 노동이 제일 시급하다고 보는데, 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됩니다. 주 52시간이 천부인권이나 성서에 규정된 십계명 같은 건 아니거든요. 더 일할 수 있고, 부를 늘려갈 기회를 줘야 합니다."

- '여의정 협의체'가 출범 20일만에 좌초했습니다. 의정갈등이 해를 넘길 전망인데 그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스템이 망가지고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패배한 상태죠. 처음부터 협의체가 존속하기 힘들 것으로 봤습니다. 의정이 내세우는 주장의 카테고리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2025년도 입학정원부터 조정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그리고 전공의와 학생들 입장입니다. 그리고 증원 숫자보다 더 중요한 과제들이 많습니다. 의료치료 영역에서의 과도한 법률적 리스크라든지 저수가 문제, 그리고 비급여 그러니까 저위험·고비용 진료를 조장하게 만드는 게 실손보험 문제가 그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먼저 정리하고 그 다음에 정원을 늘리든지 말든지 해야 했습니다. 의료인의 숫자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모자란 건 사실이지만 기타 평균수명이라든지 여러 분야에서 우리 의료계 수준은 세계 수위권을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레가툼 인덱스(Legatum Prosperity Index)라는 영국의 싱크탱크에서 발표한 것만 봐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2위입니다. 그만큼 의료 인프라가 잘 깔려 있고 의료인들의 수준도 높고 그런데 이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니 지난 총선에서 한 패배 이유가 된 것이죠. 비교적 온건하게 이 정도 숫자는 늘리자라고 주장했던 의료인들도 모조리 다 반대하게 되는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겁니다. 갈등이 해를 넘기게 돼서 저도 안타깝습니다. 중간에서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을 한동훈 대표께 연결해드리는 등 노력을 했습니다마는 각자 주장하는 바가 너무 달라 해결에 이르진 못했습니다. 2025년 정원을 건드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드릴 수 있어요. 대학에서 수시는 뽑아놨으니 어쩔 수 없더라도 합격 최소요건을 못 맞추는 수시 정원은 대학이 추가로 모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먼저 이런 조건들을 제시하고, 수가라든지 법률적인 리스크 개선 등을 논의하면 해결책이 찾아질 겁니다. 이미 1년이 넘어가버려 의료계에 타격은 간 상태입니다. 진료는 겨우 메꾸고 있다 하더라도 암 치료 등이 밀리게 되면서 초과사망률이 확실히 더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의과대학의 연구 역량이 올스톱 돼버렸어요. 교수들이 매일 밤 당직을 서면서 논문을 쓰고 그릴 수 있겠습니까. 국내 병원 평가를 높였던 게 연구역량이었는데 밑바닥을 깔아주는 사람들이 전공이었습니다. 힘들게 환자를 보고 데이터들을 정리해주면 교수님들이 그걸 보고 논문을 쓰는 거예요. 좋은 논문을 써내고 전 세계 의료인들이 한국에서 이렇게 연구를 해보니까 이 질환에는 이 시술, 이 약이 더 좋더라 이렇게 하는데 이런 것들이 올스톱 돼 버렸어요. 우리 의료 역량이 다운그레이드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최대한 빨리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박은식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 박동욱기자 fufus@
박은식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 박동욱기자 fufus@


- 호남은 2016년 문재인, 2022년엔 이재명의 민주당을 비토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호남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압도적인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시 문재인의 민주당을 비토했던 것은 친노무현 세력이라는 이유때문이었죠. 민주당을 뛰쳐나가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PK 세력이 중심이 됐는데 대해 소외감을 느끼는 인식들이 있었습니다. 그후 지지 대상이 안철수의 국민의당으로 넘어갔다가 국민의당이 지리멸렬하게 되면서 다시 문재인씨를 밀게 된 겁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는 원래 반반이었어요. 전북 같은 경우는 이재명 대표를 밀어줬고, 전남에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더 밀었습니다. 그후 이재명씨로 단일화되면서 지지해 주긴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해서 2022년 지방선거때는 광주 투표율이 37%에 그쳤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를 안 해버렸거든요. 당시 국민의힘 출마자들도 15%씩 높게 받았지만, 결국은 수권능력에 달린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망이 더 커지게 되고, 윤 대통령에 기대를 해볼까 하다가 이제는 완전히 다시 민주당 쪽으로 넘어간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광주는 야당 지지세가 높은 곳입니다.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의대에 입학을 했습니다. 기생충학 시간에 교수님께서 우리나라에서 기생충이 박멸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덕분이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상하수도가 분리가 안돼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소변이 곧바로 지하로 스며들고 그 물을 퍼서 먹다보니 콜레라와 기생충이 창궐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대일 청구권 자금과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에도 상하수도를 깐 덕분에 전염병과 기생충을 퇴치하게 된 것이죠. 전라도에서 김대중씨가 대통령을 했으면 민주화도 하고 경제 발전도 더 잘했을 것이다는 식의 말들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잘못 들었었는데 교수님의 말씀은 일종의 충격이었습니다. 또 의사로 일하다 보면 경제적 형편이 힘든 환자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들을 볼때마다 경제발전이란 게 단순히 돈이 많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한 사람, 전 국민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또 나이를 들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게 됐죠. 제가 대학 2학년때 북한 김정일이 핵실험을 했습니다. '햇볕정책'으로 따뜻한 빛을 비추면 외투를 벗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까라고 했지만 다 실패로 돌아건거죠. 이런 것들이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보수의 철학은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당시 유럽은 프랑스 대혁명 시기였습니다. 왕정을 타도하고 민중의 시대를 열기 위한 혁명은 결국 나폴레옹 황제 시대로 되돌아갔습니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버크가 봤을 때 사람들을 때려잡는 급진적인 개혁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이성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여러 경험이 누적되면서 천천히 바뀌어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경험과 전통이 중요한 겁니다. 이런 보수주의 이념에 동의하게 된거죠. 또 의사로 일하면서 정부의 규제가 적지 않은 점을 보고 정부가 어떤 역할을, 어디까지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는데 작은 정부에 대해 선호를 갖게 됐죠. 지금까지의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모두 적폐로 돌려버렸던 지난 문재인 정권의 태도도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한 이유가 됐습니다."





- 종종 보수는 민주화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오인되곤 합니다. 왜 그렇다고 보는지요.

"굉장히 오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극히 일부의 강한 주장에 의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 정권에 이어 김영삼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우리 민주화에 보수로 꼽히는 김영삼 대통령의 공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민의힘 세력 가운데 김영삼이 발탁했던 인재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는 민주화 그리고 보수는 산업화라는 프레임에 매몰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 정당도 민주화를 이룩해낸 과거가 있습니다. 5 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하는 분들에 대해선 확실한 팩트 체크와 당의 적절한 대처가 있어야 합니다."

- 보수가 호남에서 '홀대'를 받지 않으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호남에서 보수 우파 조직은 궤멸 상태입니다. 원래 김성수와 송진우로부터 이어져오던 민주당은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습니다. 박정희의 공화당보다 더 보수적이었죠. 이승만을 70%, 조봉암을 20% 지지하던 호남이었고, 박정희와 윤보선이 붙었을 때도 박정희를 60%, 윤보선을 40% 지지했습니다. 김대중 때는 55대 45 정도 지형이 형성됐었지만 1987년에 전라도는 김대중, 부산 경남은 김영삼, 대구는 노태우, 충청도는 김종필이 가져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호남소외론이 나오고 1992년 대선에선 김대중 대통령이 88% 지지를 받습니다. 1997년도 대선에는 98% 지지를 얻었죠. 2% 지지로는 보수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조직 자체가 거의 와해된 겁니다. 이정현, 정운천 의원 등 노력해주신 분들이 많이 있지만 이후에는 생각나는 분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호남 몫의 비례대표가 적어도 3석은 있어야 됩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5석을 얘기하셨는데 5석까지는 좀 많고 전북 전남 광주 이렇게 3석만이라도 중앙당이 보장해 지역이 조직을 일구도록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광주 복합 쇼핑몰 입점이나 광주 군공항 이전과 무안 공합 통폐합, 기아차 부품 공장 유치 등 일자리를 늘려가는 유능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보수 정당이 호남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 '5.18'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아픈 역사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진보 진영의 '민주화 팔이'를 비판하는 소리도 존재합니다. 깜깜이 5.18 유공자법으로 직접 관련이 없는 정치인까지 보상을 받고,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입니다. 최근엔 5.18을 정파적으로 이용한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5.18을 어떻게 규정하시고, 국민 모두가 기념하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먼저 이해찬씨 등 직접 관련없는 정치인까지 보상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긴 한데 법에 보장돼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추후에라도 빼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마는 법률적으로는 합법적입니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그분들이 대부분 피해자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단이 공개됐을 때 한명 한명에 진상 규명 요구가 가해질 수가 있죠.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유공자 선정을 광주에서 맡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의 어떤 법률적 행동에 대해 보증을 서주는 인우 보증에 의해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비리도 있긴 합니다. 유공자 선정도 광주에서 맡을 게 아니라 보훈부가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걸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5.18을 정파적으로 이용한다는 건 안타까운 측면이 있습니다. 5.18을 국가적인 기념일로 격상시킨 것은 김영삼입니다. 망월동 국립묘지를 조성하고, 전두환과 노태우에 대한 단죄를 한 분도 김영삼이고요. 그랬기 때문에 5 18에 대해 국민의힘 그리고 보수 정당이 부채 의식을 가지기보다는 우리도 적극 나섰다라는 주장을 하면서 진보의 프레임에 걸려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광주시민들께서도 이런 역사를 잘 살펴 5.18이 전국적 그리고 전 세계적인 민주화 운동으로서의 가치를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5.18을 자유민주 그리고 친미 운동으로 봅니다. 당시 5.18 운동을 주도했던 분들은 북괴는 오판하지 말라 이런 현수막을 걸기도 했죠. 매일 아침 반공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거동이 수상한 사람들은 계엄군에게 넘기기도 했어요. 그만큼 반공 의식이 투철했었고, 미국이 개입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운동권 세력들이 우리 군은 한미 연합사령부의 지휘를 받게 되어 있는 건데 군이 광주 진압에 투입됐다는 건 미국이 묵인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가는 거죠. 함운경 등 당시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이 이런 반공 친미 자유민주주의 운동을 민중 반미 친북으로 몰아갔다고 고백을 하잖아요. 5.18의 성격 자체가 곡해된 마당에 우파 진영의 일부가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하면서 악순환이 나타나게 됐죠.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5.18을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보십니까?

"미국이 한국의 대통령을 갈아치웠어야 할까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완전히 내정 간섭이고, 잘못된 겁니다."

- 광주에는 아직도 '조선인민군행진곡'과 '팔로군행진곡(현 중국인민해방군 군가)'을 작곡한 정율성을 기념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화의 성지가 오염된 것은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민주화 성지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지라는 건 것 종교적인 것이고 반론의 제기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염됐다는 데도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호남대안포럼에서 '연평도 포격' 전사자인 고(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인 김오복 보훈심사위원장과 일하면서 정율성 관련 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정율성이 다녔다던 화순의 능주초등학교 벽화와 동상은 없어졌고, 도로명은 여론을 물어봤는데 그냥 놔두자고 해 존속하게 됐습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 지난 총선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지명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광주 동구남구을 후보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칼럼도 쓰고 시민단체 활동도 했는데 일반 시민들까지 퍼지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 국민의힘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인요한 의원께서 하셨던 혁신위원장을 제안을 받았지만 부담스러운 자리라 거절했습니다. 그후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께서 영입을 해주셨습니다. 의원 당선이 가능한 제안도 받았는데 중진들께서 아무도 호남 후보로 안 나서주시더라고요. 자본주의 시장 경제, 포퓰리즘 배제 등 보수 우파의 이념이 옳다는 걸 보여주려면 자기 이득을 미뤄두고서라도 신념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필요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비대위원은 최고위원으로 선봉장이 돼야 되는 자리죠. 서울의 당선 가능한 선거구에 출마한다거나 비례대표에 나가는 건 비대위원까지 했는데 안 되죠. 그래서 광주에서 출마하게 됐습니다. 광주 동남을구 출마는 정율성 기념 사업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제가 그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오고 지금도 부모님 댁이 있습니다. 너무 잘 아는 곳이고 해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출마를 했습니다."

- 얻은 교훈은 없었습니까?

"정치란 저 같은 급의 사람이 나와서는 도저히 될 수 없는 곳이구나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어떻게 보면 정치판은 피로 다져진 곳이거든요. 5.18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목숨 걸고 진지를 구축했던 곳이 호남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게 경제적으로 좀 더 이득이 된다는 수준으론 안됩니다. 커다란 벽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선거를 뛰어보면서 느낀 현장과 정책 사이엔 괴리가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책적으로는 옳다고 하더라도 슈퍼마켓 문을 닫아야 하는 소상공인을 만났을 때 건전재정만 주장할 순 없거든요. 이재명은 25만원 준다는데 당신네는 해주는 게 뭐냐고 했을때 우리 당에서 이조 심판을 하면 된다고 말하기는 굉장히 힘든 부분이거든요. 우리 당에서도 경제적인 아젠다를 내세웠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오세훈 서울 시장의 안심소득이라든지 이재명의 기본소득에 대항하는 구체적인 공약들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호남대안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바꾸고 싶은 건가요.

"일종의 진지전이죠. 포럼이 설립된지는 딱 4주년이 됐습니다. 중앙에서 유명한 보수 우파의 지식인들을 모시고 강연을 여는 등 국민들이 서서히 보수의 진짜 가치에 스며들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율성, 복합 쇼핑몰, 원자력과 관련된 해상풍력 이슈 등이 있을 때 장외로 나가 목소리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서명도 했죠."

- 의사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데 부담은 없습니까.

"의사로서 주로 서울에서 직장을 얻었습니다마는 광주에서 이름을 내걸고 진료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이 안타깝긴 합니다만 지금은 친윤·친한 이런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당을 세게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 최근 '당신을 설득하고 싶습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보수 우파의 이념이 옳고,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점진적인 개혁과 개선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버크가 주장했던 것처럼 사람은 급진적으로 확 바꾼다고 해서 금방 변하지는 않습니다. 천천히 한명 한명 설득해 가면서 경제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전체적인 복리를 증진시킨다라는 믿음, 그리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PC(정치적 올바름)주의라든지 페미니즘이라든지 환경주의, 복지 포퓰리즘 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이 담겨 있고요. 이런 것들을 쏘아붙이기보다는 설득하고 싶다는 게 책의 핵심입니다. 보수 우파 진영에 계신 분들은 자기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해 진보 진영을 쏘아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선 오히려 효과가 반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팩트와 논리는 담되 존중하는 자세로 겸손하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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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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