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연말을 맞아 더 이상의 악재는 없다고 생각한 코스피에 또 하나의 디스카운트 리스크가 생겼다. 계엄 사태는 다행히 큰일 없이 지나갔지만, 시장에는 분명 총성이 들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연초부터 하나하나 쌓아온 '밸류업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매크로 상황에 조금 적응될 즈음에 터진 정치 리스크에 외국인은 말 그대로 다시 물을 건너고 있다. 동학개미조차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윤석열 디스카운트가 겹친 것이다.

꿈인가 싶은 급작스런 사태 이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일 코스피는?"이었다. 이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440원을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나라 관련 상품들의 가격은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이미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갈 때부터 시장은 외국인 이탈을 걱정했는데, 불과 두 시간여 만에 30원이 넘게 뛰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바라보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작지 않다는 의미였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국거래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곳은 이미 전쟁터였다. 내일 장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래소가 개장을 결정한 것은 결국 아침 7시가 넘어서였다.

해외시장에서 환율이 그나마 진정세를 보였고, 관련 상품의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자 정상 개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상개장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장은 예상보다 충격을 잘 흡수했다. 외국인이 현선물을 포함해 6000억원 넘게 빠져나갔지만, 국가 신인도를 확인할 수 있는 채권시장에서는 오히려 매수세를 보였다. 그동안 워낙 많은 외국인 매도세를 봐와서 그런지 6000억원 정도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더 이상 내려갈 곳조차 없이 내렸던 만큼 이날 하방이 지지됐지만, 그동안의 정책적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정책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혔던 금융주들의 낙폭이 가장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진다. 한동안 밸류업 정책은 멈출 것이고, 언제 다시 움직일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논의되던 시장 관련 법안들도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운영은 안갯속으로 들어갔고, 전날 예정됐던 상법개정 관련 공개 토론회는 무산됐다. 국내외에서 지적한 기업의 지배구조뿐 아니라 다른 지배구조도 정상임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까지 떠안았다. 그래도 밸류업은 멈추면 안된다. 정치 현안과 별개로 시장은 계속 움직여야 한다. 떠나려는 외국인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호소해서라도 그동안 쌓아온 탑을 조금이라도 남겨야 한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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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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