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환율 등 영향 촉각 대책회의 열고 후속대응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긴장했던 국내 기업들은 정치적 정국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외 행사와 출장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부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기업들은 이번 계엄선포가 수출과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자칫 외국 기업들이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거래를 취소하거나 미루는 등의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일단 대기업들은 비상계엄이 철회됨에 따라 통상 업무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쓰는 분위기다. 삼성 계열사를 비롯해 일부 기업들은 예정했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택배 등 물류업무 역시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LG 등 주요 기업들도 간밤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계엄 사태에 따른 후속 대응에 나섰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밤새 대책을 세우고 이날 오전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삼성전기 등 일부 계열사에서는 수출 선적 등에 차질이 없는지를 문의하는 연락이 하루종일 이어졌고, 이에 각 계열사들은 해외 거래선을 대상으로 불안 심리가 퍼지지 않도록 설명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10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각사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시장과 그룹에 미칠 영향, 대응책 모색 등을 논의했다.
LG는 새벽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했으며, HD현대도 권오갑 회장 주재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권 회장은 국내외 상황 변화가 긴박하게 움질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하는 등 비상경영에 준하는 대응을 주문했다.
한화그룹도 정국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국의 추이에 따라 대응 방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와 신세계, CJ그룹 등 주요 유통 그룹들도 계열사별 긴급 현황점검 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했다. 식품·화장품 수출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용산에 본사를 둔 아모레퍼시픽은 밤새 상황을 모니터링 했다. 용산 지역 교통 상황이 계엄 해제 이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이날 직원들의 '정상 출근'을 결정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통신 트래픽을 모니터링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다만 통신 트래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밤새 장애 신고된 건도 없었다.
주요 경제계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인천 청천동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일정을 취소했다.
한국무역협회의 경우 오는 9일 미국 워싱턴D.C. 등지에서 전문가 토론과 아웃리치 활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환율 변동 등 경제환경 점검과 기업 지원에 집중하기 위해 시일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는 이날 오전 9시30분 여의도 FKI타워에서 예정됐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긴급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늘 자정에는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발의될 텐데 모든 이슈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혼란에 노동계의 총파업 움직임까지 겹치면 기업들은 생산 차질뿐만 아니라 글로벌 거래처의 신뢰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추가적인 경제적 충격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수연·장우진·박한나·김나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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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요구로 해제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일대에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박동욱기자 fufu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