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 곳곳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후폭풍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치솟는 환율과 해외 바이어들의 잇따른 우려에 국내 기업들은 새벽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경제계 주요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재계는 이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대거 근무하는 자동차, 조선, 철강, 항공, 화학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의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 기업 '긴급회의' 돌입·해외거래선 문의 폭주=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밤새 대책을 세우고 이날 오전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해외 거래선을 대상으로 불안 심리가 퍼지지 않도록 설명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삼성전기의 경우 제품 공장의 생산이나 수출 선적 등의 공급망 문제가 없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치적 위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의 경제적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된 만큼 기업들은 거래선 불안감 해소를 즉시 해소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LG도 오늘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시장의 동향과 해외 거래선 대응안 등을 논의했다. 또 이날 새벽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했다.
LG전자와 LG화학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 근무 권고' 공지를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여의도 파크원에서 근무하는 만큼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본사 전 임직원에게 유연근무제 활용을 권고하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10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각사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시장과 그룹에 미칠 영향, 대응책 모색 등을 논의했다.
HD현대도 권오갑 회장 주재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권 회장은 국내외 상황 변화가 긴박하게 움질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하는 등 비상경영에 준하는 대응을 주문했다.
한화그룹은 정국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은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국의 추이에 따라 대응 방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줄줄이 행사 취소·총파업 후폭풍 우려= 주요 경제계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인천 청천동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일정을 취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직접 주재할 예정이었던 상법개정안 토론회도 무산됐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도 이날 오전 9시30분으로 계획한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당초 이번 간담회를 통해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대안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노동계 주요 인사들의 행사 불참도 이어졌다. 경총은 이날 '제1회 안전문화혁신대상 시상식' 일정 관련해 "참석 예정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불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예정된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오전 8시부터 실국장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역시 이날 예정된 회의 등을 모두 불참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긴급 상임집행위원회 회의에 돌입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의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을 연다.
재계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자동차, 조선, 철강, 항공, 화학 등에 다수 근무하는 만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별노조별로 별도의 회의를 거쳐야 해 산별노조별 파업의 시작 시점은 다르지만 경제 전반의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늘 자정에는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발의될 텐데 모든 이슈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혼란에 노동계의 총파업 움직임까지 겹치면 기업들은 생산 차질뿐만 아니라 글로벌 거래처의 신뢰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추가적인 경제적 충격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계열 정당 등이 참여한 '사회대전환·윤석열 정권 퇴진 인천운동본부'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