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의결권 행사 자문업체인 ISS가 두산 그룹측이 밝힌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계획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 자본거래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상충한다는 것이다. ISS는 "이러한 이해상충은 소수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에 대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경제적 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 그룹은 원전 기업인 에너빌리티 산하 알짜 건설 중장비업체 밥캣을 2015년 설립된 신생 로봇업체인 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빌리티에서 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로보틱스가 다시 흡수합병해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에게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주는 주식교환 방식이다. 당초 지난 7월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주식 각각 75.3주, 3.15주를 주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으로 주식을 좀 더 주기로 바꿨다. ISS는 "외부 평가기관을 거쳤지만 (두산측의)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해당 거래는 독립성을 갖춘 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면서 "중대한 이해상충을 고려할 때 회사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에너빌리티 이사회가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하는 단순한 방법보다 복잡한 분할합병을 선택했는데, 지분 매각으로 얻는 현금 수취가 에너빌리티의 부채 감소·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할합병 결정은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ISS는 특히 애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핵심 이유인 두산밥캣의 저평가 문제도 거론했다. 두산 측이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비율을 기준시가(주가)로만 평가했는데 고마츠, 안후이헬리, 구보타 등 아시아 동종업체 대비 약 절반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는 등 심각한 저평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도 분할합병안에서 두산밥캣의 지분가치가 주당 7만2729원으로 평가됐지만,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두산밥캣 지분을 동종기업 거래배수, 과거 두산그룹의 밥캣 인수배수, IPO(기업공개) 배수의 평균 배수로 매각할 경우 13만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밥캣이 저평가되면 애너빌리티의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경제적 혜택은 줄어들고, 68.19%의 지분을 가진 로보틱스의 두산 대주주 일가가 최대 수혜자가 된다.
분할합병을 위한 에너빌리티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다. ISS의 분석처럼 합병 계획은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고 두산 대주주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애너빌리티 지분 6.85%를 가진 국민연금 등 기관들은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한 ISS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두산 그룹 또한 마땅히 밸류업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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