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년도 예산 감액안 고수 당정 "철회 안하면 협상 안해" 감세 통한 경제회복 표류 우려 네 탓 공방… 여야 의지 안보여 여야 간 예산을 둘러싼 극한 대치로 윤석열 정부 핵심정책인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강행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을 고수하려는 반면, 정부여당은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이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상속세 완화 등 배당소득 분리과세, 소상공인·자영업자 예산 등이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 갈등이 첨예화됨에 따라 여야가 이미 합의한 '민생예산' 증액은 물론 세법 부수법안 상정도 불투명하다. 특히 상속·증여세 세율 조정을 통해 가업승계를 원활히 함으로써 기업존속성과 일자리 창출을 노렸던 윤 정부 의도는 수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배당 촉진과 밸류업을 노렸던 배당소득분리과세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도 야당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세정(稅政)을 통한 경제회복은 윤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이다. 그러나 거야에 막혀 줄줄이 국회를 넘지 못했다. 지난 22대 총선 전과 지난 5월 21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여야의 이번 대치는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 경비 등을 모조리 깎은 게 단초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 및 기소한 검찰에 대한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여당의 '방탄'을 위해 민생 예산을 내팽개쳤다는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 감액안'만 다음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13개인데 이 중 여야 간 쟁점이 없는 8개 법안에 대해서는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렇게 될 경우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공제 한도 및 최고세율 인하 등 민생 경제와 관련있는 세법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상속·증여세 법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등에 대해 부결하겠다고 밝혔다.
정쟁에 몰입하느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세금 완화 등 민생경제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일반 국민 인식과도 괴리돼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상속세 개편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3.4%가 상속세 완화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9%였다. 국민 10명 중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네 탓 공방'만 한다. 돌파구를 마련할 의지가 안 보인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임을 밝힌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다수의 위력으로 예결위 강행 처리 후 이를 지렛대 삼아 야당의 무리한 예산 증액 요구 수용을 겁박할 의도라면 그런 꼼수는 아예 접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