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조세소위 소소위, 세번째 합의 불발
'과세 유예' 정부안 본회의 자동부의
'내년 과세' 담은 민주당안 채택 가능성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상속세 완화 등 주요 세법 개정안들에 대한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상임위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29일 세법 개정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그러면서 예정됐던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와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여야 간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기재위는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여야 간사 및 기재부 1차관 등만 참여하는 비공개 협의체인 소소위를 25~26일, 그리고 이날까지 열었으나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간 쟁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공제 한도 및 최고세율 인하 등이다.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가상자산업계는 과세 될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 국내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투자자들이 세금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나 매수·매도가격 데이터를 정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내년 1월 1일에서 2년 유예한 2027년부터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공제선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자는 주장이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공제액을 '해당 과세기간 가상자산 소득금액 25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수정한 바 있다. 가상자산에 대해 연간 250만원이 넘는 소득이 발생하면 20%의 세율(지방세 포함 22%)로 분리 과세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역대급 결손이 예상된다는 게 야당의 과세 주장 근거다. 야당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주요국은 이미 가상자산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얻는 양도소득을 자본이득으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과 손익통산이 가능하고 결손금 이월공제도 가능하다. 가상자산으로 10만달러를 벌었어도 주식으로 10만달러를 잃었다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영국과 독일도 미국의 과세안과 비슷하게 구성돼 있다. 일본은 국내 과세안처럼 가상자산 차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하고, 과세한도도 20만엔(약 182만원) 정도로 낮은 편이다. 홍콩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자본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가상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세 면제를 추진 중이다.

이날까지 여야 간 이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예정이다. 헌법 제54조 2항과 국회법 제85조의3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2024년 세법개정안'에는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비롯한 내용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예산안이 자동부의 되는 것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 정부안과 유사한 예산안을 만들고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된 내용은 야당의 주장대로 만들어 본회의에 제출할 수 있으며 국회의장이 민주당 예산안을 채택하는 변수도 생길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그동안 소소위에서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못했고 그로 인해 상속세율 인하나 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 등 여타 안건들까지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 대해 배당소득세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찬성하지만,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상속세 일괄공제·배우자·자녀 공제 한도 확대 및 최고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규모 확대 등 상속세 개편안에 대해서도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하다.

이들 세법 개정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달 30일까지 기재위에서 심의·의결을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대로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강승구기자 kang@dt.co.kr



29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이 비어 있다. 이날 기재위는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 관련 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열리지 못했다. [연합뉴스]
29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이 비어 있다. 이날 기재위는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 관련 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열리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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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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