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사, 날 생, 결단할 결, 끊을 단.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아니하고 끝장을 낸다는 뜻이다. 생사의 기로에 서서 결판을 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나, 목숨을 걸고 목표를 이루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로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배수진(背水陣), '하늘과 땅을 걸고 한 판 승부를 던진다'는 건곤일척 (乾坤一擲),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다는 '이판사판'(理判事判)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 말에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가 있다.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韓信曰 兵法不曰 陷之死地而後生 置之亡地而後存(한신왈 병법불왈 함지사지이후생 치지망지이후존).'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한신이 말했다. 병법에 있지 않는가. 사지에 빠져 본 뒤라야 살 수 있고, 망지에 놓여 본 뒤에야 생존할 수 있다.' 병사들을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 상황에 몰아넣으면 그들이 극한의 힘을 발휘해 이길 수 있다는 전략적 원칙을 강조한 내용이다.

전쟁터에서 벌어진 사생결단의 사례는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잔혹한 전투라는 스탈린그라드 전투다. 히틀러는 스탈린그라드를 "반드시 점령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스탈린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말라"며 결사 항전을 천명했다. 독일군과 소련군은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스탈린그라드는 전쟁터라기보다는 지옥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생결단'식 대규모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면 곧바로 휴전 협상에 돌입할 개연성이 큰 만큼 치열한 땅따먹기 혈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사생결단은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초래되고 있다.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할 때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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