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wimg.dt.co.kr/news/legacy/contents/images/202411/2024112902101563046001[1].jpg)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코리아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법보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원장은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에 지배구조 개선 원칙을 두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더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 논의의) 발단이 된 문제를 돌아보면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인데 2400여개 정도의 상장 법인에 대한 규율 체계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상법을 개정하게 되면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낮은 100만개가 넘는 기업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정부와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장하며 불거졌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 등을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는 주주보호원칙을 특별규정으로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적용 범위도 상법은 법인의 모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의 합병과 같은 자본거래로 한정된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사회 결정에 대한 면책도 보장한다고 봤다. 상장법인의 합병 등 자본거래로 규제를 한정하고, 구체적인 절차적 의무만 제시해 절차 준수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사 면책이 보장되면서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오히려 지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으로 봤다. 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 권한 강화에 대해서는 법으로 규제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자본시장법상의 주주 보호에 대해서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했다. 주주 보호가 대주주 일부를 보호하는 것인지, 여러 주주들의 이익을 골고루 고려한 공정인지에 대한 평가 방법 등의 기준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우선 최소한의 주주보호 원칙에 대한 법제화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사의 충실의무는 다른 방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자본시장법상 주주 보호 원칙은 절차적 의무를 제시하고 절차를 지키기만 하면 이사의 면책이 가능한 소극적 의미에서 작동할 것으로 봤다.
상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야당이) 1년 내내 아무말 안 하다 지금이라도 문제의식에 대해 얘기를 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여러 조문들에 대한 실질적인 작동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말하는 것인지는 사실 약간 의구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대표는 "포괄적 개념인 상법 개정을 통해 핵심 내용인 이사회의 충실의무 개선, 주주 평등권리 보장, 지배 경영권 남용 부당 방지 등을 반드시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자본시장법은 재무구조 관련 내용만 포함하고 있고, 지배구조 관련 내용은 상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만큼 상법을 개정하는 쪽이 법 체계상 맞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 증권거래법에서 법 체계가 나뉠 때 상장사에 대한 지배구조 특례는 상법으로, 재무구조 특례는 자본시장법으로 넘어갔다"며 "최근 논의된 이사의 충실의무나 이사 선임 등은 모두 지배구조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금감원의 주장과 달리) 자본시장법이나 상법이나 개정 과정은 똑같고, 상법 개정안도 대상을 상장사로 한정할 수 있다"며 "상법이냐 자본시장법이냐는 소모적인 논쟁 보다는 양측이 합의해 시장의 문제로 꼽힌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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