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스팸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주식리딩방이나 불법 대출, 성인물, 도박물 등 스팸문자를 막기 위해 이를 방치하는 이동통신사와 문자중계사, 재판매사 등에 과징금을 부과한다.
불법스패머의 부당 이익을 몰수하고, 낮은 진입 장벽으로 1168개에 달하는 문자재판매사 중 문제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스팸신고는 올 상반기 2억1000건이 접수됐고, 지난 6월에는 역대 최대치인 4700만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긴급 점검을 실시한 결과 올 상반기 불법 스팸의 75%가 대량문자서비스발 문자인 것으로 확인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불법스팸 전단계에서 부당이익 환수 △대량문자 유통시장 정상화 △불법스팸 발송 차단 강화 △불법스팸 수신 차단 △스팸 차단 거버넌스 구축 등 5개 추진 전략과 12개 세부 추진과제가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정보통신망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불법스팸 발송을 묵인·방치하는 이동통신사와 문자중계사·재판매사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근거 규정을 마련해 악성스팸 전송 행위를 몰수·추징 대상으로 규정해 불법스패머 부당이익도 환수할 방침이다. 사업자 등록요건도 개정해 부적격사업자 진입 문턱을 높이고, 문제 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한다.
이와 함께 '스팸문자 번호·계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문자사업자가 발신번호 유효성과 문자서비스 계정을 검증토록 한다. 또 이동통신사에서 위변조 발신번호의 수신을 사전차단하는 발신번호 위변조 이중 차단 체계를 마련한다. 휴대폰 단말기와 통신사의 인공지능(AI) 필터링도 강화한다. 국내 제조 단말기의 '온디바이스 AI'로 2중 스팸 필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휴대폰 단말기에 '해외문자함'도 신설해 피싱 URL이 포함된 악성 문자를 탐지·차단하고, 국제협의체 협력을 강화해 스팸에 공동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나 기준 등은 추후 논의를 거쳐 정한다는 방침이다.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과징금 액수는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무 차원에서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적극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매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부과율에 따라 과징금 액수가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문자 발송량이 약 600억 통, 단가가 1통당 8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추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매출액의 3%만 해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스패머 발송 단계에서부터 문자 중개, 판매사, 중개사 또 국제 관문국, 이통사, 이용자 단말단에 이르기까지 각각 단계에 있어서 기술적인 조치, 또 주체들에 대한 법적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면서 획기적으로 불법스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으로 번지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사들과도 접촉해 단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한다. 스팸 관련 업무의 부처간 칸막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달 중 '민·관 불법스팸 상설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불법스팸은 민생 침해 디지털 범죄의 입구 역할을 한다"면서 "이번 종합대책에서 불법스팸 전단계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했으며 불법스팸을 원천 차단해 안전한 디지털 생활을 누릴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매출액 기준 과징금 부과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은 최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AI 기술 등을 활용해 스팸 차단에 힘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종합대책에 따라 기존 조치를 강화하고 대책 시행에 필요한 세부방안에서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면서도 "이미 발신된 스팸을 이통사가 조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스팸 발송 사업자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의 5대 전략 12개 과제. 과기정통부 제공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스팸방지 종합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