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계열사 대표(CEO) 21명을 교체하는 등 강도높은 인사 쇄신을 단행했다. 전체 계열사 CEO의 36%를 교체하는 대대적 인사는 그룹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비상경영의 허리띠를 바짝 조인다는각오다. 최근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은 과감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번 인사는 그 대응이다.
롯데는 28일 롯데지주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임원 규모를 13% 줄이고 임원 22%도 퇴임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때보다도 대폭적인 임원 구조조정이다.
롯데는 지난 8월 비상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인사는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성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데 맞춰졌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들이 퇴진하며 세대교체를 가속화한다.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35%)과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퇴임한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된다. 롯데 화학군HQ CTO(기술전략본부장) 황민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로,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정승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기용된다. 이들은 롯데 화학군의 사업 혁신 선도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또 롯데 화학군은 약 30%에 달하는 임원들이 퇴임한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물러난다. 호텔롯데는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전부 물러나고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인 정호석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는다. 정 대표이사는 호텔 뿐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과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및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된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은 위기 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한 신 부사장은 신사업·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신 부사장은 올해 바이오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면서 그룹이 지속가능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 또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고,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이 통합돼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신규 조직은 노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한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해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한다.
한편 롯데는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임원의 연말 정기 인사에서 상시 인사 체제로 전환한다. 성과 기반 적시 · 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외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