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원게시판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홍이 장기화하며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그간 국민의힘이 외치던 쇄신 동력도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윤계 인사들은 28일 공개적인 자리에서 잇따라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먼저 권성동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여권 외곽 조직인 새로운미래준비위원회(새미준)의 정기세미나 강연자로 나서 한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늘어놨다.

권 의원은 한 대표가 당원게시판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의원은 "가족이 글을 올렸는지 제3자가 가족 이름으로 올렸냐를 알려 달라는 것이지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게시판은 민심을 파악해 국정 운영에 반영하라고 있는 것인데 대통령실 직원이나 각 부처 직원들이 마치 일반 국민처럼 글을 올리면 제대로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대표나 그의 가족 명의로 1000건에 가까운 의견이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그러면 당심이 왜곡된다"며 "누가 했는지 당 지도부가 파악하면 깨끗이 해결되는 일로 실수가 있으면 잘못을 사과하고 억울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계속 익명이라거나 당내 분란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을) 거부하면 한 대표의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당 일각의 비판에는 "비겁한 태도라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번에 '어느 한 기사에 따르면 당대표를 사퇴하라는 글에 대해 (당이) 고발하겠다고 하는 기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기사를 찾아서 최고위원 텔레그램 방에 올렸다"며 "기자가 잘못 썼는지 아니면 취재원이 잘못된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기사에 대한 책임을 제가 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지난 25일 있었던 자신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 최고위원은 "당에서 한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들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고 발언했는데 한 대표가 "그런 고발을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두 사람 간 설전이 벌어졌다. 한 대표는 그간 당원게시판 논란에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김 최고위원과의 정면충돌 이후 불쾌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다만 한 대표는 이날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촉발된 계파 갈등이 이날까지 계속되면서 당 내부에서도 소모적인 공방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한 대표는 민생 행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민생은커녕 변화와 쇄신 의지마저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당원 게시판 논란이 계속 확산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는 이 의혹에 대해 한 대표가 빨리 답을 주는 것이 본인이 덜 흔들리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당원 게시판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표출되고 있고 여기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며 "당분간 공개 발언이나 논쟁을 자제하고 차분히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의원들에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발언하는 김민전 최고위원(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발언하는 김민전 최고위원(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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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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