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들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아직 그로부터 벗어나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매년 "국내 시장은 좁다"며 '글로벌 기업 도약'을 기치로 건 기업들이 나오지만, 엄밀히 따지면 여전히 이를 이룬 곳은 드물다.
최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SW 시장은 패키지 SW와 IT 서비스 및 게임 SW까지 포함해 약 4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해외진출 기업의 비중은 약 3%에 불과하고, 특히 패키지 SW와 IT 서비스 분야에서 해외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 비중이 절반이 넘기도 하는 게임사들 외에는 대부분 내수로 먹고사는 셈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동안 국내 기관·기업용 SW 시장은 용역사업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공공 IT 서비스 사업의 경우 관련 제도의 기반부터 건설 분야에서 따왔다. 흔히 SI(시스템통합)라 부르는 일회성 개발 작업 형태가 SW 솔루션업체든 IT 서비스업체든 일반적이었다. 또 정부·공공 부문의 수요와 예산에 크게 기대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들인 기술과 노하우를 모으고 꾸려 SW 솔루션으로 만드는 노력이 부족했다. '갑'인 고객들의 입맛에 맞춘 변경개발 요구에 그때그때 부응해야 했고, 또 글로벌SW들과의 경쟁에서 국내업체들이 '가성비'와 함께 이를 내세우기도 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개발자들이 3D 직종으로 불렸던 배경 중 하나다.
시대가 바뀌었다. 클라우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클라우드상에서 상시 최신화되는 SW 솔루션을 민첩하고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SW(SaaS)로 글로벌 SW산업이 움직인 지도 꽤 됐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SaaS 지출은 전년보다 20% 늘어난 2472억달러(약 346조원)에 이르고, 내년에도 19% 성장해 2951억달러(약 407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SaaS는 이미 전체 기업용 SW 시장에서 절반 이상, 전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선 4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발표에 따르면 국내 SW시장의 SaaS 전환 비중은 22% 수준으로 글로벌에 비해 확연히 더디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SaaS 전환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다방면의 지원책을 전개하고 있다.
SaaS 전환은 국내 SW 산업 체질 개선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SW 수출 확대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이버세상에 국경은 없다. 그동안 SW 기업의 해외진출에 있어 어려움으로 꼽혔던 현지 규제 대응이나 공급망 확보 등도 클라우드를 통하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규제 완화에 따라 국산 SW 업체들이 기존에 다졌던 입지도 좁아질 위기다. 나가는 것만큼 들어오는 것도 쉬워진 건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에는 더 경쟁력 있는 외산 SaaS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고, 이는 고객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국내 SW 기업들에 SaaS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다. 글로벌 SW 기업들도 2~3년씩 이를 준비하느라 진통을 겪었고, 여전히 SI가 흔한 국내에선 더 어려울 수 있다. 영세한 업계엔 비용도 문제다. KOSA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SW 기업 중 65% 이상이 SaaS 전환·개발에 1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10억원 이상 투자한 기업도 4분의 1이 넘었다. 일부 기업은 손해를 보며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SW의 보안 취약점을 파고들어 이를 쓰는 고객사를 우회공격하는 SW 공급망 공격도 세계적 위협으로 떠올라, SBOM(SW자재명세서)과 시큐어코딩 관련 준비까지 병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AI) 도입·활용보다 선행돼야 할 변혁이 한꺼번에 요구되고 있다.
SPRi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패키지 SW 분야에선 정부 지원 필요사항으로는 재정지원 요구가 17.9%에서 79.3%로 급증했다. 정부가 올해 'SaaS 혁신펀드'를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선 가운데, 보고서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업계에서는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인 지원을 주문한다.
SW업계 스스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에선 국가와 산업의 발전을 논하면서 뒤에선 나랏돈으로 사익을 챙기는 '좀비기업'은 어디든 문제고, 여기서 SW 업체들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운 SW 산업을 위한 집중지원이 펼쳐지는 과정에서도 옥석이 가려져야 하고, 그 결과를 글로벌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SaaS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주하면 '끓는 물속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이제라도 우물 밖으로 나가 글로벌 시장에 자리잡으려면 민관이 합심해 인고의 세월을 넘어야 한다. 클라우드 기반 AI 시대에 걸맞은 SW 산업으로 우뚝 서길 기원한다. d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