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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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계 6위 무궁화신탁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면서 신탁사 전반에 대한 위기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던 곳들의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의 위기가 금융권이나 다른 신탁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적다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에서 무궁화신탁에 대해 유상증자 등 자체정상화 추진, 제3자 인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했다.

내년 1월 24일까지 경영개선계획을 받아 추가적인 부실화를 예방하고 재무 건전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무궁화신탁의 정상화 과정이 금융권이나 다른 신탁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계기관 합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3분기 기준 총 위험액은 6140억원에 달한다. 총위험액은 영업 과정 중 직면할 수 있는 손실을 미리 예측해 계량한 금액이다.

부동산신탁사의 총위험액은 지난 2022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났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 초 3140억원 수준의 위험액이 3년새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신탁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빠르게 악화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신탁사의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이다. 신탁사는 이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미달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계별로 경영개선조치를 받게 된다.

무궁화신탁은 3분기 NCR이 125%로 내려오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됐다. 작년 초까지 400%대였던 무궁화신탁의 NCR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영업용순자본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1분기 750억원이었던 자본이 올해 3분기 241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용순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액에서 현금화가 곤란한 자산을 차감하고, 보완자본을 가산한 금액이다. 결국 무궁화신탁의 부채가 늘어나며 NCR도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침체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무궁화신탁 외 다른 신탁사들의 재정 건전성도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무궁화신탁 다음으로 NCR이 낮은 곳은 신한자산신탁으로 204%로 집계됐다. 신한자산신탁 역시 작년 말 NCR이 927%였지만, 영업용순자본이 급격하게 줄며 NCR이 악화됐다. 작년 말 2730억원이었던 순자본이 올해 3분기 264억원으로 10분의 1로 감소했다. 이어 한국토지신탁이 251%, 한국자산신탁이 315%로 NCR이 낮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기 때 차입형 개발 신탁을 공격적으로 늘린 신탁사들이 가장 먼저 위험에 처하고 있다"며 "이들 중 아직까지도 공사가 멈춰 있거나, 대거 미분양이 난 사업장이 많아 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무궁화신탁 다음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해온 곳은 신한자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이라며 "금융지주가 뒤에 버티고 있는 신한은 추가 자금 투입 여력이 있을 수 있지만, 교보는 어느정도의 자금 수혈을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말 1306%에 달했던 교보자산신탁의 NCR은 3분기 536%로 줄었다. 증감율로만 따지면 무궁화신탁보다도 빠르게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소송 등으로 교보자산신탁의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탁사가 업황 부진으로 전반적인 위기를 겪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주단이 요청한 책임준공을 무리하면서까지 받아들이며 사업을 수주했던 만큼, 모든 리스크를 신탁사가 지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대주단과의 공사비 추가 투입 관련 소송에서도 신탁사가 연달아 패소하며 신탁사들이 부담해야 할 위험액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궁화신탁을 비롯해 몇몇 신탁사가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부채를 떠안고 이를 사갈 곳도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의 재무 건전성 악화는 업황 영향도 있지만, 오너의 불투명하고 무분별한 경영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며 "신탁사가 없는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기업을 인수할 곳이 쉽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의 위기가 금융권이나 다른 신탁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적다면서도, 시장의 불안심리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 합동 대응에 나섰다.

또 신탁사 전반의 관리를 위해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위험액) 한도 도입 등 근본적인 부동산신탁 제도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사의 고유계정과 신탁재산은 도산절연되어 있어 무궁화신탁의 정상화 과정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관계기관 합동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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