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재표결 내달 10일로 합의
野, 친윤·친한 갈등 이탈표 노려
與 '단일대오' 강조로 계파 봉합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채상병 순직사건 국정조사 특위 가동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채상병 순직사건 국정조사 특위 가동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여야가 국회로 되돌아온 세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재표결 시점을 당초 예상보다 늦춘 배경에도 여야의 각기 다른 셈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 재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 여사 특검법은 당초 2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추경호 국민의힘·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한 자리에서 김 여사 특검법의 재표결을 다음 달 10일 본회의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각당의 노림수는 다르지만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 중심에는 국민의힘 내홍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에서 날 선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25일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최고위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동훈 대표와 충돌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그간 당원게시판 논란에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김 최고위원과의 정면 충돌 이후 직접 반박에 나서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이 틈을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재의요구된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하는데 범야권 의석수(192석)를 감안하면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특검법이 통과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달 4일 있었던 두 번째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최대 4표가 이탈한 바 있다. 당시 김 여사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는데 범야권 의석수를 고려했을 때 국민의힘에서 최대 4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은 앞선 재표결에서도 이탈이 확인된 만큼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을 겨냥한 비판 수위를 더욱 높이는 한편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을 흔들면 분열이 극대화돼 김 여사 특검법이 이번에 통과할 수도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계파 갈등을 지렛대로 삼았다. 박 원내대표는 "한 대표와 친한계도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공존·공생하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한 대표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입장에서 김 여사 특검법이 부결되면 한 대표의 쓸모도 사라진다"며 "토사구팽이라고 했다. 토끼 사냥이 끝난 사냥개의 신세가 돼 전멸할 것인지 민심에 따라 김 여사 특검법에 찬성 표결하고 차별화를 꾀하며 독자생존할지 결단할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림수를 주시하면서도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사정 때문에 국민의힘의 정치가 좌지우지되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추 원내대표 역시 "(재표결이 10일로 미뤄졌지만) 결과에 전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소한 (저와) 대화를 나누는 의원들은 (특검법 반대) 단일대오에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재표결 시기가 늦춰지면서 국민의힘이 계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으로 친한계의 경우 현 상황을 활용해 계파 갈등 측면에서 국면 전환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민의힘은 다음 달 10일을 현 상황을 지렛대로 삼아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본 반면 민주당은 갈등이 더 분출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해 시간을 벌었지만 한 마디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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