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쟁점 사업 예산이 대거 보류되면서 '깜깜이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예산이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소소위원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해 온 '밀실심사', '쪽지예산' 논란도 되풀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예결위에 따르면, 예산소위가 지난 18일 가동을 시작한 이래 쟁점 예산들을 사실상 전부 보류됐다. 여기에는 야당에서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등과 연관성을 주장하거나, 민주당이 역점 추진하는 사업 등이 포함됐다.
대통령실·경찰특수활동비 예산, 정부 예비비는 관련 심사가 보류됐고,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와 원전 관련 예산,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예산 등도 격론 끝에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예산으로 지목된 보건복지부의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도 삭감 규모 등을 놓고 대치 중이다.
28일까지 증액 심사를 받는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고등학교 부상교육 국비 지원' 등도 줄줄이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특활비, 원전,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공적개발원조(ODA) 등 민주당이 삭감을 요구한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예산소위 위원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예산은 소소위에서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소소위는 예결위원장, 여야 간사 등이 소규모로 참여하는 임의 협의체로, 기록도 남기지 않고 수백 조 원의 예산을 다룬다. 이 때문에 심사 때마다 소소위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되풀이됐지만, 올해도 결국 여야가 정쟁 속에 개선을 미뤘다.
깜깜이 예산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예결위 관계자는 "보류된 항목이 예년보다 많아 감액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며 "전례없는 밀실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쪽지 예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예산은 의원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막판에 끼워넣는 지역구 민원성 사업비를 일컫는다. 기획재정부는 우선 이런 예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친다. 그러나 예결위원 및 자치단체가 일정한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해오면 편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지역구 챙기기와 밀접한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저기업위원회 예산은 많이 늘은 상태다.
예결위 관계자는 "위원들은 소위에서 주로 큰 정책과 관련된 쟁점 예산을 다루고, 지역구 민원성 예산은 자치단체를 끼고 기재부와 직접 협상을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치력에 따라 예산 반영도와 증감폭에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