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 열어 '엑스블 숄더' 공개 현장 검증 통해 경량화·내구성 다 잡아 내년 계열사에 도입…2026년 해외 시장 진출 현대자동차·기아가 현장 작업자들의 능률을 올리면서도 몸의 부담을 낮춰주는 든든한 동반자를 공개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를 개최하고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최초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현대차·기아의 착용 로봇 브랜드 엑스블은 말 그대로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는(able) 무한한 잠재력(X)을 지녔다. 로보틱스를 통해 우리 삶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다고 볼 수 있다.
그중 처음으로 공식 판매를 시작하는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산업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에 활용하면 사용자의 상완(어깨·팔꿈치)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한국이 점차 고령화됨에 따라 제조업 분야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43세로 지난 10년간 약 3.8세 증가했다. 근로자 고령화 및 근속 연수 증가로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로보틱스랩은 이러한 산업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에 착수, 2022년부터 시제품을 활용해 현대차·기아 국내외 생산 공장에 시범 적용하며 성능을 지속 향상시켜 왔다. 이 과정에서 300여명에 달하는 현장 작업자들로부터 니즈를 청취해 왔으며, 이를 적극 반영해 지금의 엑스블 숄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보틱스랩은 엑스블 숄더의 장점은 이러한 현장 검증뿐 아니라 경량·프리미엄 소재 활용, 탈착식 구조, 합리적 가격에 있다고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에 따라 가볍고, 땀에 젖어도 냄새나지 않으며, 던지고 밟아도 멀쩡한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기 위해 로보틱스랩은 가벼운 소재와 차에도 탑재되는 고급 소재를 사용해 경량화와 내구성을 모두 잡았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로보틱스랩은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이라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며,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센서와 영상 기반으로 고객사가 엑스블 숄더를 도입할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엑스블 숄더 통합 컨설팅'을 제공할 방침이다.
엑스블 숄더는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로 설계돼 가벼우면서도 별도 충전할 필요가 없이 유지·관리가 편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동 시스템 대신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해 보조력을 생성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 30%씩 경감할 수 있다.
실제 이날 기자가 직접 착용해 윗보기 작업을 실행한 결과, 팔에 조금만 힘을 줬을 뿐인데 쑥 올라갔으며, 3㎏ 아령도 마치 1㎏ 아령처럼 쉽게 들어올릴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달러 수준에서 2033년 136억달러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현대차·기아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우선 엑스블 숄더를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에 공급하고, 내년부터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한다. 2026년에는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이 목표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상무는 "단순히 제품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내년 후년 계속해서 다양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그리고 융합된 서비스를 보여드리겠다"며 "어깨를 넘어 허리까지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며, 우리 기술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게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편의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엑스블 숄더는 범용을 사용할 수 있는 '기본형'과 동일 자세를 반복하는 작업에 유용한 '조절형' 두 가지 라인업으로 판매되며,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건설(왼쪽부터), 조선, 농업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엑스블 숄더를 활용할 수 있다. 임주희 기자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 설명 이미지.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고 작업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