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근 7년간 누적 흑자 3조2300억 중국인은 5년간 2200억 적자 건보 당국, 정치권 일각의 '상호주의' 주장에 '난색'
외국인 · 재외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제도. [연합뉴스]
전체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계속 흑자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인 건보 재정은 여전히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한국계 외국인을 포함해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다. 재외국민은 외국에 살면서도 우리나라 국적을 유지하는 한국인을 말한다.
27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보면, 전체 외국인 건보재정 수지는 2017년 2565억원, 2018년 2320억원, 2019년 3736억원, 2020년 5875억원, 2021년 5125억원, 2022년 5448억원, 2023년 7308억원 등으로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2017∼2023년 최근 7년간 누적 흑자 규모는 3조2377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건보재정이 흑자라는 의미는 전체 외국인 건보 가입자가 그간 납부한 건강보험료로 병의원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을 이용하고, 건강보험에서 그보다 적게 보험급여를 받았다는 말이다.
건보 당국이 외국인의 부정수급을 막고, 국내에서 건보 혜택을 받을 자격을 까다롭게 하는 등 꾸준히 손질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건보 당국은 2019년 7월부터 외국인 건강보험 임의가입 제도를 의무가입제도로 변경하는 등 외국인 가입과 보험료 부과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와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니면 의무적으로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건보료를 내지 않더라도 보험 혜택을 본다.
건보 당국은 올해 4월 3일부터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6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게 문턱을 높였다. 외국인이 입국하자마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린 뒤, 병원으로 직행해 건보료는 내지 않고 건보 혜택만 누리고 출국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이 제도 시행으로 피부양자가 연간 1만명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건보 당국은 보고 있다.
올해 5월 20일부터는 '요양기관의 수진자 본인·자격 확인 의무화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병의원 등 요양기관은 환자가 찾아오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에 앞서 신분증 등으로 환자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외국인 불법 체류자가 건강보험증을 도용 또는 대여해 진료나 처방받는 등 부정수급 사례를 예방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런 조치에도 중국인 건보재정 수지는 해마다 계속 적자를 보여왔다. 그간 중국인 건보재정은 2019년(-987억원), 2020년(-239억원), 2021년(-109억원), 2022년(-229억원), 2023년(-640억원) 등 해마다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건강보험에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건보 당국은 난색을 보였다.
복지부는 "재정 적자인 특정 국가에 대해서만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외교적 마찰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이다.
상호주의는 상대국이 자국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상응한 대응을 하는 외교 통상의 원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제109조)과 외국인고용법(제14조)은 가입 자격을 갖춘 외국인에게는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내국인과 같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들 법령은 상호주의 원칙보다 우선한다.
만약 국가별 상호주의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 대다수는 우리나라보다 건강보험 보장 수준이 떨어지는 저개발국·개발도상국 출신이다. 중국도 의료보험이 발전 초기로 지역 간 편차가 크고 의료시설이 부족해 국제적 수준에 못 미친다.
외국인 건강보험에 상호주의를 적용한다는 것은 결국 외국인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내국인보다 축소하겠다는 의미가 돼 차별을 정당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