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잠시일지언정 이재명이 돌아왔다. '썩은 동아줄'로 알았던 위증교사 재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생명의 동아줄'이 된 것이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로 벼랑 끝에 섰던 이 대표가 열흘 만에 한숨 돌릴 시간을 번 셈이다. 그렇다고 오래 쉴 수도 없다. 제2, 제3의 선고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위증교사 1심 선고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항소 입장을 밝혀 2심, 3심에 대비해야 할 판이다.

이 대표 앞에는 넘어야할 '고산준령 재판'이 끝이 없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만 3건이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등의 배임·뇌물혐의 재판이 있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재판이 예정돼 있다. 하나같이 쉽지 않다. 아직 검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건도 한두 개가 아니다.

정치인 이재명에게 재판은 숙명이다. 검찰과 법정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어야 할 처지다. 그건 이 대표 자신에게 고역이겠지만, 없는 죄에 이 대표를 따라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더 죽을 맛일 게다. 그 뿐인가, 허구한 날 '이재명 방탄' 타령을 참고 들어야 하는 국민은 또 무슨 죄인가.

민주당에 있어 이재명은 절대 권력자다. 의원들의 이재명 충성 경쟁도 광적이다. 거의 신격화 수준이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이 대표에게 "더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라는 글을 헌사했다. 또한 "내면에 깃들어 있는 신성에 귀 기울임으로써 쾌락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고 어떤 고통에도 상처받지 않으며, 어떤 모욕에도 해 입는 법이 없다"고 썼다.

최민희 의원은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내질렀다. 실소가 나온다. 역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가. '이재명 신격화·우상화'가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다.

이를 두고, 보수 평론가인 전원책은 '절대권력일수록 아첨을 절대적으로 사랑한다'고 쓴 적이 있다. 민주주의를 외치고, 개혁을 외치는 정치인일수록 아첨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것은 급진적 사고로, 민주적 방법으론 거의 불가능한 변혁에 가깝다. 다시 말해 자신만이 독재를 할 수 있기를 원하며, 그런 자들이 아첨하는 짓에 익숙하고, 아첨 받는 일에 능숙하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의 탈을 쓴 절대권력에 간신배가 들끓고, 필연적으로 망하는 까닭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다. 그가 없는 민주당은 홀로 서기 힘든 체제다. 유·무죄를 떠나 맹목적으로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게 민주당으로선 당연하다. 하지만 보자. 근육질을 뽐내는 거대 야당의 포악한 발길질에 삼권분립은 와해되고, 행정 기능은 거의 마비상태나 다름 없다. 매주 열리는 장외 집회, 예산 난도질, 이재명 수사 검사의 탄핵이 '이재명 방탄'의 산물이란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나라 전체가 온통 '정치인 이재명' 한 명을 위해 존재하는 꼴이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인가.

한심한 꼬락서니로 보면 여당도 오십보백보다. 반윤(반윤석열)은 뭐고, 친윤(친윤석열)은 뭔가. 국민이 보기엔 국정은 뒷전, 서로 못 잡아먹어 눈에 쌍심지를 켠 채 싸움질이다. 민생 회복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에는 한참 못미친다. 실력으로 국민의 지지와 협조를 구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오로지 재판부의 '이재명 유죄 판결'에 따른 반사이익만 노리고, 정치적 득실 따지기에만 몰두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선고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짜맞추기 정치 판결", "정치의 사법화" 같은 발언을 내뱉었다. 제1 야당이 사법부를 능멸하고, 겁박한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5일 위증교사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칭송했다. 열흘 간격을 두고 사법부를 대하는 태도가 싹 바뀐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이재명 재판 완결 전까진 정상적인 나라꼴을 기대하기 힘들 듯 싶다. '미친 판결'이라는 사법부 겁박도 계속될 것이다.

디지털콘텐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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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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