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마약 문제 협력 핑계 3대 수입국 불구 USMCA 무시 2026년 재협상 타협점 찾을 듯
트럼프 당선인. AP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의 무차별적 관세투하는 세계 무역질서에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의 부가 해외로 유출되니 이를 막아 미국의 부를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미국 우선주의이자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행진이다.
◇강력한 군주 힘으로 국가 부 추구했던 중상주의 닮아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지상주의는 무역에서 적자를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부를 지키려 했던 근대 중상주의를 연상시킨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이유로, 미국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 유입과 불법이민을 들고 있는 것도 사회 안전 및 국가적 위상과 결부돼 있던 중상주의를 닮았다.
중상주의가 유럽 절대군주시대에 추구됐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과도 닮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당인 공화당이 상·하의원의 과반을 확보해 의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25일(현지시간) 대선 과정에서 끊임없이 괴롭혔던 형사기소가 법원에 의해 기각됨으로써 모든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절대군주는 아니더라도 강력한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는 여견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자마자 초강경 관세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집권 2기엔 관세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할 것임을 여과 없이 내비친 것이다. 사회적 안보적 이익을 위해 관세라는 수단을 동원한 셈이다. 멕시코, 캐나다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인 USMCA는 안중에도 없었다. USMCA는 2026년 이행사항 검토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도 반발보다는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수입3대국 향해 카드 꺼내들어
캐나다 멕시코 중국은 마침 미국의 3대 수입국이다. 3개국을 향해 전격 발표한 이번 관세 폭탄은 일본 독일 한국 대만 등 대미 무역흑자국에 던지는 메시지 성격도 짙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수입 기준으로 중국이 전체의 14.6%(5천363억달러)로 1위다. 이어 멕시코(4548억달러), 캐나다(4366억달러) 등의 순이다. 이들 3개국은 올 9월까지 전체 미국 수입의 42%를 차지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3대 수입국을 겨냥해 이날 전격 발표한 이번 관세는 대선 때의 관세 공약과는 별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대선 때 미국 노동자 보호, 기업 유치 등의 이유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에 대한 60%의 관세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한 100~200% 관세(최대 2000%까지 언급한 적도 있음) 등을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 일방적으로 새 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국가들이 불법 이민 및 마약 문제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경제 이외의 문제와 연계해 관세 정책을 대응 수단으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상대국 반발 시 더 큰 비관세 제재 예고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의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관세를 '요술 방망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역시 절대군주가 행사해온 중상주의 정책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번에 발표한 관세 공약이 그대로 시행될지 아니면 취임 전에 협상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AP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먼저 발표하면서 엄포를 놨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는 미국 자동차 업체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자동차 생산이 완료되기 전에 수차례에 거쳐 부품이 이들 국가를 오가는데 그때마다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제조업체들의 수익이 줄거나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인 2019년 5월에도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멕시코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5% 관세에 이어 문제 해결 시까지 매달 5%를 추가하겠다는 이 정책 발표에 대해 미국 의회 및 업계 내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