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향기
마쓰바라 다이도 지음 / 장희남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



"경(經)은 부처의 마음이요, 선(禪)은 부처의 마음'이라고 한다. 경전은 부처의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제자들이 기록해놓은 책이다. 하지만 문자로 기록된 가르침외에 마음에서 마음으로 내려온 부처의 가르침이 있는데 이게 바로 선이다. 부처의 깨달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는 선불교는 문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지향한다.

일본의 불교학자가 쓴 이 책은 고금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선어(禪語), 즉 화두(공안)로 삼을 만한 100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선어들의 깊고 오묘한 뜻을 쉬운 비유와 생활 속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접하고 깨달을 수 있는 지혜들을 주로 다뤄 접근하기 쉽다. 맑고 고아한 시선집으로도 볼 수 있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동양의 깊은 문학적 향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책은 중국 선불교를 연 달마 대사가 말씀하셨다는 네 구절에 따라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불립문자'(不立文字·말로 다할 수 없는 지혜)로,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柳綠花紅)라는 중국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소식)의 시로부터 시작한다. 성철 스님이 중국 청원 유신 선사의 법어를 인용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山是山 水是水)과 같은 뜻이다. 우주 만물을 있는 그대로 체득하는 것이 진리를 향한 첫 출발이다. 2장은 '교외별전'(敎外別傳·깨달음은 마음으로 전하니)으로 '어디서든 주인답게 일을 다하면 있는 곳 어디나 참되다'(隨處作主 立處皆眞·임제록) 등 주옥같은 화두들이 제시된다. 3장은 '직지인심'(直旨人心·먼저 자신의 마음을 보라)으로 '마음이 곧 부처니라(卽心是佛·무문관) 등 25개 구절이, 마지막으로 4장은 '견성성불'(見性成佛·자기를 알면 깨달음을 얻으리니)로 '스스로 등불되어 밝히고 법을 등불삼아 밝히라'(自燈明 法燈明·석가모니) 등을 소개한다.

선은 깨달음의 경지로, 문자로는 형용할 수 없고 오직 같이 느껴 체험하는 하는 것이다. 앎에 그치지 않고 깨달음의 경지를 자기 마음으로 삼아 인생의 등불로 하는 것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선어는 '대숲을 흔들며 불어온 바람은 지난간 뒤엔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는 채근담 구절이다. 책을 읽다보면 고금의 스승들이 남긴 격조 높은 선어가 맑은 아침 햇살처럼 펼쳐지는 게 느껴질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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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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