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여당이 민생경제 점검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국민의 체감경기가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국내 16개 대기업 사장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 상황이 엄중하니 규제 입법을 멈춰달라는 성명을 냈다.
국회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법안을 남발하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만 하고 있다. 누군가는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4대 개혁을 추진해야 하고, 경기도 살려야 한다. 하지만 해결된 일은 찾기 어렵고 해결돼야 할 문제는 늘고 있다. 국회도 문제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공직 사회도 문제다.
사람밖에 없는 나라에서 노동 분야가 가장 큰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불합리한 근로시간 규제 등 각종 규제로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적대적 노사관계로 근로자도 사용자도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모든 부담을 기업가에게 떠밀면 사고가 나지 않는지도 의문이지만, 사용자 처벌을 강화하면 근로자의 삶이 개선되는지도 의문이다. 노동조합에 간첩이 침투해도, 정치투쟁에 매몰된 노동조합은 바뀌지 않는다. 관련 부처가 무슨 대응을 하고 있는지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교육개혁이 무너진 인재 양성 시스템을 복원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육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유보통합으로 인재가 양성되는 것은 아니다. 늘봄학교가 제 기능을 하는지도 의문이다. 현장에서는 50년 전 골목길에서 아이들끼리 노는 것만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중한 아이들의 개인적 특성을 살리는 교육개혁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무엇이 나왔는지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되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사라졌다.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료 개혁의 핵심은 의대 정원 문제가 아니다. 의사 양성과 필수 의료 서비스를 포함하여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효율성 개선 없이 의료 부담을 줄일 수 없지만, 개혁된 것보다 새로 생겨난 문제가 더 많아졌다. 4대 개혁의 성과가 미흡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단기적 경기 대응도 오리무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돈을 풀어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재정 낭비로 국가채무가 급증하여 재정 운영이 어려워졌다. 통화당국은 느슨한 디스인플레이션 정책으로 물가 상승 기조를 장기화했다. 통화당국이 최근 금리를 낮추었지만, 환율이 급등하고 주택가격도 양극화한 시장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에만 매달리고 서민 주거 문제를 개선하려는 정책은 찾기 어렵다. 금리를 낮추면 당장이라도 살아날 것 같은 경기는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기도 전에 재정 악화로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은 떨어졌다. 재정 지출의 구조조정도 말뿐이다. 악화한 불확실성으로 금리 인하가 경기를 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물가 안정 기조가 정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하기도 어렵다. 진퇴양난의 돌파구는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지만, 고통이 따른다. 정부가 고통 없는 정책만 내놓으려고 하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 규제 강화에 앞장선 공무원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교육 혁신을 빌미로 재정 지출만 늘린 사람들이 교육개혁의 책임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을 미루었던 전 정권의 핵심 관계자가 현 정부에서도 핵심 요직에 앉아 있다. 효과적인 의료 개혁을 추진하지도 못하고 비난만 받는 사람들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
공무원들은 4대 개혁에도, 경기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공직 사회에서는 '움직이면 죽는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공유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현재 상황만 관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해법을 터득한 것 같다.
과거 공직 사회가 경제의 기적을 만들었듯이, 현재의 돌파구도 공직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복합질병에 시달리고 있어 장관만 바꾼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 사회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책임자들은 예술적 감각과 냉정한 지도력으로 자원을 총동원하여 실천에 나서야 한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힘들어질 뿐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개혁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