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 보편관세를 추진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8~14%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 지역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속도 등은 내년 경제성장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25일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내고 "국내 실물경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견조한 성장세와 설비투자의 개선에도,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으로 회복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 2.5%에서 0.3%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2025년 성장률은 2.1%로 예상했다.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소비·설비투자의 완만한 회복에도, 건설투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전망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국내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 <산업연구원 제공>
보편관세(10~20%)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반영되거나,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연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경기 상승세 유지와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부진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수출은 증가세가 조정되는 상황이나, 지난해 말부터의 높은 증가율로 인한 기저효과의 영향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산업연 측 설명이다.
소비의 경우 실질소득 증대, 금리 인하, 물가 안정 등으로 소비 여건은 개선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누적된 높은 물가와 고금리가 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의 소폭 회복에도 건축 부문에서 누적된 선행지표 부진이 현실화하면서 전체적으로 감소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박성근 산업연 동향·통계분석본부 연구위원은 "내년 세계경제는 인플레 안정세와 통화정책 완화 등이 긍정적 요인이나, 지역 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74달러로 올해보다 낮은 수준을 예상했다. 중국 경제 성장세 약화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미국 등의 비OPEC의 증산과 OPEC+의 높은 생산 여력 등 공급 요인이 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1345원 내외가 될 것으로 봤다. 내년 상반기 동안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하 등 달러 약세 요인과 무역수지 흑자 지속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작용하면서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트럼프의 정책 변화를 고려했을 때도 지나치게 패닉할 필요는 없다"며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도 존재하지만, 우리 산업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5년은 우리 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향해서 나아가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한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로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