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LS 일렉트릭 회장
얼마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미국 대선이 막을 내렸다. 제조업의 부흥과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발은 국가 간 기술패권경쟁 구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폐쇄적 이민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첨단기술 확보라는 국가적 명제 앞에서 우수 인력 유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우리 산업계의 우수인력 확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기술의 핵심인 우수 인력 확충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저출생·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인력 감소 문제는 세계 각국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 1.0명을 밑도는 유일한 국가인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비가 더욱 시급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는 국내 이공계 석·박사생 숫자가 오는 2025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도 인구 감소로 인한 영향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기술혁신을 이끄는 기업부설연구소 보유기업의 40.5%가 이미 현장에서 연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올해 새롭게 출범한 22대 국회에 바라는 산업계의 우선 해결사항으로 연구인력 확보가 가장 높은 응답을 차지한 것은 인력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이 초저출생·초고령사회·초인구절벽이라는 '3초(超)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멀지않은 2050년에 15세 이상 64세 이하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70.2%에서 51.9%까지 떨어지고,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경우 19.2%에서 두 배인 40.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올 위험이 높다. 우리 산업의 지속적인 기술혁신의 원동력이 될 인력확보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산업계 R&D 인력 부족문제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대안 제시를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먼저 현재 재직 중인 R&D 인력이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교육훈련비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재직연구원 교육과정을 만들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교육기관 신설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저출생으로 인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생산연령인구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R&D 인력의 원활한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산학 협업 기술개발 과정을 운영하여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을 유도하고, 외국인 인력 활용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퇴직인력 활용 측면에서 이들의 축적된 경험이 후대에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퇴직 인력과 수요기업 사이에 서로를 연결해 주는 매칭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필요에 따라 고경력 인력의 계속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초고속 성장을 이뤄온 '빨리빨리'의 민족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절벽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늦지 않았다.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하나 되어 기회를 만들어왔던 우리의 저력은 살아있다. 정부의 체계적인 인력 지원정책과 민간의 혁신 의지가 더해진다면 대한민국은 더 강한 '기술강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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