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고를 정치적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은 단호했다. 이 대표가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민의가 왜곡됐다고 본 것이다.

해당 판결은 간단하지 않다. 단순한 법적 결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차지하더라도 거짓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해당 판결은 먼저 권순일 전 대법관을 소환한다. 권 대법관은 지난 2020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TV토론에서 허위사실 답변으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대법관들은 "선거 TV토론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은 신중히 하고, 검찰과 법원 개입을 최소화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 덕분에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했고, 2022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었다. 권 대법관은 퇴임 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일어났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방송 인터뷰 등에서 했던 발언이 허위사실로 인정되어 또 다시 기소된다. 대장동 의혹과 거리를 두기 위해 핵심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씨를 몰랐다고 했던 답변과 백현동 부지 관련 발언 등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반발하지만 이 대표의 선거철 거짓말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법원은 특히 백현동 부지 발언은 허위를 알면서도 선거 결과를 위해 이 대표가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당 대표의 반복되는 거짓말 논란은 이 대표 발언 신뢰성에 의문을 던져준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우리나라에서만 논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자는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의 대명사이다. 미국의 범죄율, 이민문제, 임신중지권 등에 대한 그의 발언 중에 상당수가 허위다. 심지어 15분 대화에서 15개의 사실을 왜곡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할 정도다. 영국 역시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한 논란이 잣다. 오죽했으면 지난 5월 영국 웨일스 의회에서는 '고의적 거짓말'(wilfully misleading)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정치인을 처벌하자는 법안까지 제출했을까.

민주당에서는 최근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섰다. 박희승 의원은 지난 13일 공직선거법의 250조 허위사실공표죄와 251조 후보자비방죄를 아예 삭제하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제안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점과 언론과 유권자로부터 검증과 선택이 이뤄지기에 선거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명과 활발한 토론은 사법 자제의 영역으로 보아야한다고 내걸었다. 박 의원은 또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당선 무효형 기준액을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도 발의했다.

박 의원의 설명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현재의 법률적 판단이 자칫 시대착오적인 법률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허위사실 공표죄를 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에 거짓말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기 위해서 위정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와 공직후보자들의 거짓말에 대한 규제마저 없애려 하는 것은 '이재명 구하기'가 아니더라도 시기상조이다.

국회에서는 종종 위증죄 고발 논의가 이뤄진다. 선서를 한 증인의 거짓말을 처벌하자는 것은 감히 "존경하는 국회의원" 앞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은 아니다. 국민의 대리인 앞에 거짓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하는 거짓말은 허용하면서 국민의 대리인에게 하는 거짓말을 처벌하는 것은 자가당착에 부딪힌다.

25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위증교사는 다른 사람에게 법원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시킨 한 혐의라 형량이 무겁다.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규정한 프랜시스 후쿠아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거짓말에 대해서 관대하다. 공직자와 공직 후보자, 그 가족의 거짓말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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