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연임·이석준 퇴임 전망 조직 안정화·실적개선 등 기여 이재근·정상혁·이승열, 연임 기대 친인척 부당대출·금융사고 타격 조병규·이석용은 교체로 가닥 이번 주부터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인사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올해 금융사들은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 계열사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금융사고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최고경영자(CEO)들의 문책성 물갈이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계열사인 차기 행장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 대표의 연임·교체 윤곽도 이번주부터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주 회장 2명 임기 만료… 내부통제가 명운 가를 듯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올 연말, 내년 초 임기를 앞둔 인사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함 회장은 임기 내 역대 최대 순이익과 최고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취임한 함 회장은 첫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8494억원을 거두며 매년 신기록을 경신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225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쾌거를 거뒀다. 함 회장이 재임 기간 중 연간 실적을 새로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는 12월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3분기 실적까지 연임 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3151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에서 올해만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6차례나 발생했을 정도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임기 동안 '순이익 5등'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5대 은행 모두 임기 만료… 조병규·이석용 '흔들'
5대 은행장들은 모두 연말에 임기가 끝난다.
KB금융은 오는 27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를 결정한다. 금융권에선 이재근 행장이 3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도 이 행장이 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후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 연임에 성공해 올해 3년차 임기를 지냈다. 국민은행 허인 전 행장도 재연임(2+1+1)에 성공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무난하게 연임될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정 행장은 지난해 건강문제로 사임한 고(故) 한용구 행장을 이을 구원투수로 등장,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행장이 취임한 후 신한은행은 지난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어난 3조102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하며 6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을 지 관심이다.
다음달 중순쯤 차기 행장 후보를 확정하는 하나금융도 이승열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작년 사상 최대 순이익(3조4766억원)을 기록해 하나은행을 '리딩뱅크'(순이익 1위 은행)로 올려놨다. 올해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상대적으로 대형 사고가 적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반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로 검찰 수사를 받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내부직원에 의한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 발생은 물론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검찰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에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에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후보군으로는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집행 부행장 등이 주로 거론된다.
첫 2년 임기를 마친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적 측면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금융사고'와 관련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6차례나 발생했을 정도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농협은행에서 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이 제4대 이대훈 은행장이 유일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만큼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와 지배구조가 다른 상황이다.
◇비은행은 '안정' 무게… '혁신·쇄신' 물갈이 카드도
5대 금융 내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수장 윤곽은 다음 달 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별로 올 3분기까지 경영 성과 기반으로 '2+1' 관행에 따른 연임 또는 단일 또는 복수의 교체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금리 인하기에 안정적인 경영을 우선해 인사 변화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적이 부진한 곳 중심으로 쇄신 차원에서 대거 물갈이될 수도 있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의 취임 1년을 맞아 계열사 대표에 대한 세대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양 회장은 이달 초부터 주요 계열사를 찾는 '경영 성과 점검' 순방에 나섰다. 각 계열사의 임직원을 불러 모았던 예년과 달리 직접 양 회장이 계열사를 방문해 소통하는 행보를 펼친 것이다. 양 회장이 조직 혁신보다는 '리딩금융'을 굳히기 위한 안정적인 인사를 택할 경우에는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등은 수장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종합금융 플랫폼인 ' KB 페이(Pay)'를 필두로 디지털 혁신에 주력하며 안정적인 경영 성적표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의 경우 통합 전과 비교해 뚜렷한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경우 수장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주요 신사업인 요양은 미래 먹거리로 초기 투자비용이 크면서 순익을 낼 구조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임기 만료인 CEO가 타사 금융 대비 많은 신한·하나금융은 주요 계열사의 임기를 1년 더 부여하며 동시에 변화를 줄 경우 교체 폭이 클 전망이다.
신한금융의 비은행사 중 핵심인 신한카드 문동권 대표는 2년의 첫 임기를 마친 이후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카드업권이 '불황형 흑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 3분기까지 55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리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역시 1년 더 회사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들어 생보업권의 실적 악화 속에서도 통합 후 최대 순익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용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지난 8월 약 1300억원의 운용 손실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해당 사고에 따른 손실 사태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중도 사임한 하나생명 등을 제외하고 대거 '안정'을 택한 하나금융은 '쇄신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본인 체제를 굳히기 위한 인사에 나설 수 있다. 앞선 하나생명 대표를 '깜짝' 교체한 것처럼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룹의 대표 해외여행 상품인 '트래블로그'를 은행과 협업해 성공시킨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의 성과는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도 재신임받는 수순이 예상된다.
올해 잦은 금융사고를 일으킨 우리·농협금융은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비은행 계열사까지 대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장에 나와 조직혁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의 경우 숙원 사업인 '독자결제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같은 대단위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면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농협금융은 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농협생명, 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 수장들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