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고성능·저전력 기술확보가 글로벌 경쟁력 좌우하게 될 것"
이준상 "단계별 밸류체인 특허망 강화로 기술 보호·분쟁 대비해야"
김재욱 "미래 내다볼 뉴로모픽 선도는 공공연구기관 역할이 핵심"
이현중 "HBM-비메모리 반도체기술 연계 시너지 낼 '투트랙' 필요"
이수철 "美 겨냥 기술보호 강화안 추가하고 CA 출원 적극 활용을"



'인공지능 시대, 지식재산의 미래' - 반도체분야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주요국과 글로벌 빅테크들이 AI반도체 기술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 AI반도체는 새로운 도약 기회라는 점에서 기술 자립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요구된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 주관으로 지난 21일 열린 'AI 시대, 지식재산의 미래-반도체' 좌담에서 전문가들은 차세대 AI반도체 분야의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에 기반한 선제적 기술 개발과 정부 차원의 특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빠른 속도와 저전력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분석할 수 있는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반도체 특허 출원과 계속출원(CA) 전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좌담은 이준상 특허청 심사관의 'AI반도체와 특허 동향'에 대한 주제발표와 함께 진행됐다.

<대담자>

이수철 위더피플 수석변리사

이준상 특허청 심사관

이현중 엠에이피에스 변리사

김재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

김지수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사회)


인공지능 시대, 지식재산의 미래 좌담회(반도체 분야). 이슬기기자 9904sul@
인공지능 시대, 지식재산의 미래 좌담회(반도체 분야). 이슬기기자 9904sul@


◇김지수=음악, 미술에 이어 'AI시대, 지식재산의 미래' 좌담의 세 번째 주제는 '반도체'다. AI는 1950년대 처음 개념이 등장한 이래 두 번의 여름과 두 번의 겨울을 지나 현재 세 번째 여름이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과 2022년 생성형 AI '챗GPT' 등장으로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이는 AI 기술 발전과 함께 대용량 연산을 빠르게 지원하는 반도체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급속한 AI 기술 발전을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주력 산업이자 세계 최고 기술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 전략을 특허를 중심으로 논의해 봤으면 한다.

◇이준상=AI 관련 반도체를 얘기하자면 대표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들 수 있다. AI반도체는 쉽게 말해 AI와 반도체를 합친 것으로, AI라고 하는 연산 분야를 반도체에 얹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메모리 분야가 전체 시장의 4분의 1에 달하고, 나머지 4분의 3은 미국이 주도하는 시스템IC 분야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건 아닌데, 시스템IC 시장만을 보면 우리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김지수=비유하자면 메모리 반도체는 기성복, 비메모리 반도체는 맞춤형 양복에 해당한다. 우리는 기성복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 강국인 우리나라가 비메모리(시스템 IC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전문가들이 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반도체는 집적화와 미세화 측면에서 물리적 한계에 달해 앞으로 AI반도체 분야는 고성능·저전력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AI반도체 개발 현황은 어떤가.

◇김재욱=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차세대 AI반도체 분야 중 인간의 뇌와 신경망을 모방한 '뉴로모픽 칩' 연구를 하고 있다. 뉴로모픽은 사람 뇌의 수많은 신경세포와 시냅스로 연결된 뇌 신경망을 모방해 다량의 정보를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처리하는 일종의 인공신경망 하드웨어다. 기존 폰 노이만 구조에서 인공신경망을 모방한 뉴로모픽 형태로 AI반도체 기술이 옮겨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차세대 AI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엔비디아의 GPU라는 AI가속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데, 특허 관점에서 뉴로모픽 연구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현중=장기적으로 뉴로모픽이 차세대 AI반도체의 주류 기술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는데, 시스템IC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 메모리 분야에 강점을 지닌 우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IC 분야와 연계해 반도체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과 단기적으로 우리가 강점을 지닌 HBM을 앞세워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AI반도체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투 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이수철=최근 들어 반도체 설계 분야에 AI를 활용해 설계 기간을 단축하고 기술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 AI를 반도체 배치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반도체 배치 설계에 있어 기술적 깊이가 아직은 약하다.

기존 생성형 AI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만들고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기술 완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설계 시간도 몇 개월 걸리던 것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활용 시 특허심사에서 어떻게 특허성을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김지수=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다. 지식재산 분야에서 트럼프는 원천기술을 중요시하는 미국 특성상 자국 우선주의와 대중 견제 강화 기조 속에 친특허 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반도체·AI·지식재산 분야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이현중=트럼프는 반도체, AI, 특허에 있어 공통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관련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고, AI도 가장 앞서 있고, 특허 역시 출원량과 등록량이 제일 많은 나라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둔 특허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특허 출원에 대해 정부 지원이 확대될 필요성도 있다.

◇이수철=우리나라에서 특허 등록된 반도체 관련 특허가 미국에서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국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우리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반도체뿐 아니라 이차전지 특허 분야에서도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허심사하이웨이(PPH)와 같은 지재권 분야 국제협력 확대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준상=지금까지는 반도체 특허 분쟁 시 핵심 기술의 침해 여부로 다투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반도체 기술을 형성하는 밸류체인 전반으로 특허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단계부터 패키징, 설계 양산 단계까지 모든 과정에서 특허분쟁 소지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각 단계별로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특허를 보다 촘촘히 해 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하드웨어 전반에 대한 특허를 많이 출원함으로써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하고, 특허 보호 범위를 넓혀 갔으면 한다.

◇이수철=국가적으로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특허출원과 기술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이 추가됐으면 한다. 무엇보다 미국에 출원하는 특허는 대다수가 계속출원(CA)에 해당한다. CA 출원은 이미 출원한 특허의 후속 출원으로, 앞서 출원된 특허의 보호범위를 넓히거나 수정해서 특허를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기업들은 CA 출원을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한, 두 건 특허만 내는 데 그쳐 제대로 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못한다. 미국에 특허 출원할 경우 CA 출원 전략을 활용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특허 중요성에 대한 경영자들의 인식 개선과 특허 투자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지수=대기업은 R&D 비용의 10% 가량을 특허에 투자한다. 연구기관과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 이런 투자 규모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차세대 AI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의 특허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다소 우려스럽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김재욱=KIST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기관이다. 뇌과학, 로봇, 회로설계, 알고리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융합연구를 통해 뉴로모픽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 요구하는 AI반도체 기술은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몫이고, 뉴로모픽처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차세대 AI반도체는 우리와 같은 공공연구기관이 역할을 맡아 해야 한다.

◇이준상=우리나라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AI반도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AI반도체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 내 특허출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일부 스타트업은 빅테크 못지 않게 계속출원을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에서도 분할출원을 통해 특허 공백을 메우며 특허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어 기대가 된다.

◇이현중=차세대 AI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기술은 빠르게 특허를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우선심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일반심사에서 16개월 이상 걸리던 심사결과가 우선심사를 타게 되면 2∼3개월 이내에 결과가 나와 신속한 특허 확보가 가능하다. 첨단기술 분야의 우선심사 적용을 받아 국내에서 빠르게 특허를 확보한 뒤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으면 한다.

◇김지수=특허는 저작권과 달리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이를 출원해 많은 사람들이 심사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로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발명자가 새로운 기술을 공개한 대가로 보상해 주는 것은 특허가 유일하고, 특허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지식재산권 제도다.

AI 혁명과 트럼프 2기 행정부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서 첨단 기술이 국가 경쟁력과 국가 성장의 혁신 원천이 되고 있다. 이를 대비해 지식재산위원회는 26일 오전 10시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AI 시대, 지식재산(IP)의 변화와 미래'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정상조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AI시대, 우리 사회의 변화 및 대한민국 정책 대응'에 관한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해외 주요 동향과 트렌드, 콘텐츠 산업과 AI, 반도체 산업과 AI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자리니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앞으로 기업과 연구자들이 애써 개발한 기술이 실체적 권리인 IP로 보호받을 수 있게,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걸맞는 혁신적 IP 생태계 구축에 대통령 소속 지식재산위원회가 앞장서겠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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