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살빼는 약 `위고비` 부작용에 환자 속출…"5명중 1명, 효과 없어"

비만과 당뇨병과 관련해 '기적의 치료제'로 알려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위고비', '오젬픽' 등에 대한 부작용으로 병원 입원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약물 복용에도 체중 감량 등의 효과가 없는 '비반응자'도 5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데일리메일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은 1만 5000여명의 환자가 위고비, 오젬픽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으며, 입원 건수도 당초 예상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약물 부작용은 주로 메스꺼움과 구토, 변비, 설사 등과 같은 위장과 관련돼 있다고 약품 감시단은 밝혔다.

특히, 전문가 처방전이나 당국의 감독 없이 무면허 암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오프 라벨' 약품이 붐을 일으키면서 온라인 판매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의장인 레일라 모란 의원은 "체중 감량 약물의 온라인 불법 암시장 판매가 번창하면서 규제 받지 않는 무처방 약물로 인해 개인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온라인 판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위고비', '오젬픽' 등의 약물이 5명 중 1명에게는 체중감량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계열의 약물들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위장관의 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포도당 흡수를 늦추고 뇌에 작용해 식욕도 억제한다. 이런 효과 덕분에 당뇨병 치료와 체중 감량에 쓰인다.

함유된 성분은 똑같은데 허가 사항이 당뇨병 치료제와 체중 감량제로 서로 달라서 상품명이 따로 붙은 경우도 많다. 상품명으로는 '위고비'·'오젬픽', '마운자로'·'젭바운드', '삭센다', '트루리시티', '리벨서스', '빅토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성분명으로는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등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선 위고비나 마운자로 투약으로 비만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다수에서 15∼22%의 체중감량 효과가 있었다.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량이 5% 미만 수준이어서 약물에 대한 '비반응자'(nonresponder)로 분류된 환자의 비율은 대략 10∼15%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런 살빼는 약들의 사용자가 수천만명 수준에 이르면서 비반응자 비율을 이보다 더 높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환자들에게 GLP-1 수용체 작용체 약물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반응자 비율이 아마도 약 20%일 것"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당뇨병 전문가 파티마 코디 스탠퍼드는 "문제는 저마다 반응이 각각 다르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위고비 등 약물을 비만치료제로 투약했으나 체중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실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약물들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대개 몇 주 안에 판명이 된다. 체중 감량 효과가 있을 경우 대개 조기에 나타나며, 투약 용량을 늘리면서 이런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GLP-1 수용체 작용제 중에서도 어떤 약에는 반응하지 않던 환자가 다른 약에는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 생활습관이 체중감량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코넬대 와일 의대의 비만치료 전문가 캐서린 손더스는 "비만은 매우 복합적인 질병이며 매우 종합적으로 치료돼야 한다"며 "만약 처방한 약이 효과가 없다면, 항상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