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인사와 측근 문제 등에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정성 못미쳐
尹 대통령, '공정'과 '상식' 취임 초심 잃지 않아야 지지율 반등 가능할 것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하기' 올인 바람직 안해, 수권정당 능력 보여줘야
의원 개인보다 정당 힘 커지며 '정치 경직화' 현상… 정치 실종 상태 초래
국회는 표결의 장 아닌 타협과 양보의 장… 인물 중심의 정치 제 역할 못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슬기기자 9904sul@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의 요체는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안민'(安民)이다. 하지만 요즘 정치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안민은 커녕 오히려 여론을 분열시키고, 국민들에 스트레스만 안겨주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21일 서울 신촌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현우 교수(정치외교학)는 최근 우리 사회가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정치 양극화가 '정서 양극화'를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이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의원 개인보다 정당의 힘이 커지며 '정치 경직화' 현상, 정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국회는 표결의 장이 아니라 타협과 양보의 장"이라며 "현재의 인물 중심의 정치는 제 역할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질은 '공정성'과 국민들의 '정책 조응성'에 의해 평가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인사와 측근 문제에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정성 못미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의 초심을 잃지 않아야 지지율 회복이 가능하다"며 "국민들이 윤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공정하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정치도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김건희 여사 수사는 시기의 문제"라며 "특검에 대한 전향적 태도가 엉크러진 정국을 풀 단초"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 구하기'에 올인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도록 내각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회가 내각(정부) 권력까지 독점하는 '권력 쏠림' 강화되고 임기의 불안정성, 선거제도·정당 체제 조응성 문제 등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 석사를 취득한 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Chapel Hill)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땄다. 한국선거학회 회장직을 역임했으며,미국정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공저로는 '미국 의회선거의 변화와 지속성', '좋은 정부의 제도와 과정: 이론적 탐색과 한국사례', '표심의 역습', '한국의 정치 70년' 등이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정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질'(quality of government)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정부의 질이라는 개념은 북유럽에서 비롯됐습니다. 대의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떨어지는지가 학자들의 문제의식이었죠. 연구 결과 두가지가 경험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첫번째는 공정성에 관한 부분이고, 두번째는 정책 조응성입니다. 조응성이라는 건 반응성이라고도 하는데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펼치느냐 즉 여론을 얼마만큼 잘 읽고 적절한 대처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조응성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위주의 정부를 지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 기득권을 타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게 국민들한테 상당히 공감대를 형성을 했습니다. 국민들은 어느 특정한 계층이 특혜를 받는 것이 없어진 사회를 좋은 사회라고 기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정치에 입문하면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인사라든지 측근 문제라든지 측면에서 국민들이 기대하던 공정성의 수준에는 낮아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집권 전반기 윤 정부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릴 수 있습니까?

"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안정화됐는가, 민주주의의 깊이가 어느 수준인가는 여야 교체가 선거를 통해 평화롭게 이뤄졌느냐는 것으로 측정합니다. 여야가 최소한 두번 이상 바뀌었을 때 민주주의가 안정화 수준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민주주의 유지의 불안정성은 없어진 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집권 세력이 바뀌었을 때 전 정권과의 연속성보다는 차별성을 강조하다 보니 적폐를 얘기한다든지 아니면 전면적인 정책의 전환 등이 나타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랬는데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문 정부에서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을 텐데, 연속성을 가져야 될 부분과 개선해야 될 부분에 대한 구분없이 모두 다 바꿔야 한다는 욕심이 과했던 건 아닌가 합니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들어오면서 윤 정부가 국민들의 역사 의식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개혁의 동력을 오히려 잃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노동 연금 교육 의료 등 4대 개혁을 언급했습니다. 임기가 절반을 지난 지금 완성은 못해도 좀 더 가시적인 것이 보여야 하는데 의료 개혁만 하더라도 의대 증원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라든지 애초에 세웠던 정책들은 국민의 눈에 전혀 인식되고 있지 않습니다. 교육 개혁도 그렇습니다. 대학 입시 전형을 개선한다든지 교육 격차를 줄인다든지 좋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국민들은 대학 입시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 정도로 인식합니다.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 윤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다소 반등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20%대의 바닥수준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지지율이 20%라고 한다면 보수나 진보나 핵심적인 지지층만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상당한 위기를 실감하고 받아들여야 됩니다. 몇 주 전 나왔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평균보다도 보수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하는 TK쪽에서 더 낮게 나오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약간 반등했는데 반등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좀 과한 것 같습니다. 연령층으로 봤을 때 60~70대가 그전에 비해 거의 50% 이상 높아지는 등 보수에서 약간의 결집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핵심적인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뛰어 평균이 올라간 것처럼 착시가 일어난 것이니 아직 위기라고 인정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지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 기대했던 게 무엇인가 하는 것을 다시 살피고 자성해 정책의 방향을 정리할 수 있다면 지지율이 오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정책의 방향과 관련해 인사도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누구를 임명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사를 통해 국민들한테 주는 메시지가 있거든요. 이처럼 정책과 인사를 재정비할 때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들이 좋아하는 정책을 따르는 건 자칫 많이 비판하는 포퓰리즘의 하나가 될 겁니다. 처음에 국민들이 뽑았을 때 왜 윤석열 후보를 택했는가를 자성하면 답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 과거 국회에선 여야가 싸우더라도 물밑에선 대화의 끈이 끊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1대와 22대 국회는 예전의 이런 모습과 다르다는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22대 국회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21대 국회를 평가할 때 20대 국회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2대 국회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21대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볼 근거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치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신자유주의 영향 등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나타나고 거기다가 SNS 같은 것들이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 '정서적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는 어떤 사회가 좋은지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데, 정서적 양극화에선 상대방에 대해 상당히 적대감이 생기게 됩니다. 타협의 여지가 점점 더 없어지는 것이죠.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일어나는데 사회적인 갈등을 통합하는 기능을 해야 할 국회나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도 이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국회 운영에 관한 국회법에는 어디도 강제조항이 없습니다. 언제 열여야 한다고 돼있지 열지 않으면 어떻게 한다든지 조항은 없는 거죠. 이는 국회 자체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걸 기대하는 것입니다. 또 다원주의적인 관점에서 다수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려지는 것이 국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아왔던 관례 등이 중요합니다. 소수당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든지 이런 좋은 관례가 있었는데 국회 원 구성을 하면서 상임위원장 직을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기도 했죠. 이는 관례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또 어떤 식이든지 여야 당 사이에는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이 유지됐습니다. 정치에서는 경쟁을 하더라도 경쟁적 동반자라는 생각이 있어야 됩니다. 여야가 경쟁을 하되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됐을 때 정당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채널이 이제 거의 없어졌습니다. 강하면 강할수록 칭송받거나 호감받는 식의 정치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이런 것들이 치유되기보다는 더 악순환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국회는 결코 의석의 많고 적음에 따른 표결의 장이 아닙니다. 타협과 양보의 장인데 그 가치가 상실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한쪽에서는 대통령 끌어내리기, 다른 쪽에서는 대통령 지키기식 인물 중심적인 정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 거대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국회에서 세차례 통과시켰습니다. 김 여사 논란을 해소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계속 특검 법안을 내 여론을 통한 압박 전략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시기의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느냐 아니면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벌어질 것이냐의 문제지 특검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공세에 의해 특검이 얘기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심각한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야당의 공격이 근거가 없다는 게 밝혀질 수 있는 것이 또한 특검이거든요. 특검법이 통과되고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건 상당히 불명예스럽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걸 통해 진실이 규명될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대로 막아야 된다는 건 재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에 벌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차후에라도 밝혀질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덮고 가기보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국을 풀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형이 선고된 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향후 정국을 어떻게 예상하시고,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어떤 게 필요합니까?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의혹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가 공통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민주당의 주장대로 이게 정치적 탄압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게 많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온통 이재명 대표 구하기에 몰려 있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수권 정당이라고 한다면 당면 문제가 무엇인지, 민생 문제를 포함해 다각적인 정당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 외에도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많으니 그런 쪽에서도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민주당이 조금 더 양보한다든지 아니면 주도권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을 수 있거든요. 지금처럼 너무 이재명 대표의 살리기에 매달리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거대 야당이 입법부 권력을 장악하면서 대통령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내각책임제를 도입해야 할까요?

"저는 내각책임제를 도입하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제가 많은 문제가 있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올라갔음에도 대통령에 너무 쏠려 있는 권력 집중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를 폐기하려면 그 대안엔 문제가 없는가를 동시에 같이 봐야 합니다. 내각제로 가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까요? 저는 내각제도 상당히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민주당처럼 한 당이 절대 의석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당이 의회도 지배하고 내각도 지배하는 '단점(單占) 정부' 형식이 되겠죠. 그렇데 되면 권력의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내각제는 권력체제만 바꾸는 게 아닙니다. 선거제도나 정당 체제도 조응성이 있어야 되는 거죠. 지금처럼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소선거제는 조응이 안됩니다. 또한 내각제는 다당제가 기본 형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양당제잖아요. 다당제를 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가 강화돼야 됩니다. 두번째로 내각제는 잘 아는 것처럼 의회해산이 되는 경우가 많아 임기의 불안정성이란 문제가 있습니다. 내각책임제를 시행하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연립 정부를 만들죠. 2개 또는 3개의 정당이 모여 연립 정부를 구성합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정당들이 정당 연합이라는 정치문화에 익숙할까요. 연합을 하더라도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서 본 것처럼 한 정당이 안하겠다고 해 연합정부가 깨지면 정국의 혼란이 초래됩니다. 이런 부작용을 다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제보다는 낫겠다고 하면 그리로 가겠지만 단순히 대통령제가 문제가 많다고 해 내각제를 하자는 것은 단견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른 바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어느때보다 격심하고,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현상이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치 양극화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정치 양극화가 시작된 것은 유럽에서 경제가 나빠지면서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들어와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고 범죄가 많아졌다는 소리가 나오면서입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대선 과정에서 보면 트럼프 당선인이 국민들한테 호소했던 것 중 하나가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는 겁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속죄양'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양극화는 경제가 침체될수록 더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정치가 경제적 양극화를 대변하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거죠. 이런 과정에서 의원들 개개인이 아니라 정당의 힘이 상당히 강화됩니다. 한 정당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은 자율성을 가집니다. 우리 헌법에도 국회의원은 하나의 독립된 헌법기구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자신의 양심과 지식에 따라 판단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정치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정당의 규율이 강하게 됩니다. 이는 곧 정치가 경직화되는 현상입니다. 정치에서 누가 옳고 그르다는 얘기는 금기입니다. 정치는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같이 어울릴 수 있는가 하는 공존입니다. '톨러런스'(tolerance)라는 관용이 가장 큰 덕목입니다. 한 나라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느냐를 얘기할 때 그 나라의 국민들이 얼마남큼 관용성이 높은지를 봅니다. 호주제 철폐나 동성애 용인 등 이런 것들이 나와 다른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관용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가 양극화되면서 서로간 거리만 멀어지는 게 아니라 동질적인 집단에서 안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강화하다 보니 타협의 여지는 점점 없어지고 정치가 실종되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 '개딸' 등으로 대표되는 팬덤 정치와 유튜브 정치의 폐해로 정치 혐오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국가와 정치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기본적인 논제부터 출발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입니다. 사회에 있는 가치라는 것은 유한한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뺏기 위해 투쟁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다 보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가치를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게 국가인 것이죠. 따라서 키워드는 공정성입니다. 우리 정치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여당에 좀 더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 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더 공정한가, 국민들로부터 공정하다는 신뢰를 받고 있는가로부터 출발을 해 정부가 신뢰를 얻기 시작한다면 그다음에 정치가 선순환하면서 신뢰를 주고, 정부는 그걸 통해 더 나은 개선책을 찾아 과감히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공정성을 제공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이런 선순환에 있어 중요한 부분입니다."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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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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