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라는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야권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일극'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원외 인사들의 '잠룡'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이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죄를 확신해 왔던 것은 물론이고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의원직 상실 기준인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정도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예상 외의 중형이 1심에서 선고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법원의 중형 선고는 이 대표가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은 공직선거법과 달리 위증교사 혐의는 상대적으로 무죄 입증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 역시 공직선거법 선고 나흘 전인 지난 11일까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증교사 관련 쟁점을 공유하며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위증교사 사건에 더욱 신경을 써온 모양새다.
아직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았지만 1심에서 형량이 무겁게 나올수록 피선거권 박탈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 비명계 대권 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야권에서는 '신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잠룡 후보로 거론된다. 앞서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25일이 야권 지각변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 대표가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붕괴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3총, 3김'도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김부겸·이낙연·정세균 등 전직 총리 3인방과 김경수 전 지사, 김동연 지사, 김두관 전 의원을 꼽기도 했다.
이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사람은 김동연 지사다. 김 지사는 전해철 전 의원과 윤준호 전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을 잇따라 경기도청에 영입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유럽 출장 후 독일에서 체류 중인 김경수 전 지사를 만난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며 비명계 연대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박용진, 기동민, 양기대 등 민주당의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주축인 원외 모임 '초일회'와 이들 잠룡 주자들의 만남도 이어질 전망이다. 초일회는 다음달 1일 월례모임에 김부겸 전 총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고, 내년 1월에는 김경수 전 지사와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 내 이 대표의 리더십이 견고한 만큼 이같은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비명계 인사들 중 유일한 현직으로 활동 중인 김동연 지사 역시 이번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 후 "사법부의 판단이 매우 유감스럽다.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다음날인 16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등 민주당 기조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