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서 지난 4월 출생…세계 14번째 최소 체중 지난 5일 건강하게 퇴원…"저체중 미숙아의 희망될 것"
2024년 4월 22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g)로 태어난 예랑이는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생존율 1%도 안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국내 최소, 세계 14번째로 작은 체중인 260g으로 태어난 아기 예랑이가 마침내 엄마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예랑이가 병원에서 태어난지 198일 만의 일이다.
12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출생 당시 체중이 260g에 불과했던 예랑이가 지난 5일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가기 위해 병원을 나섰다.
퇴원할 때 잰 몸무게가 3.19㎏으로 태어날 때와 비교해 10배 넘게 늘었다. 또 기계장치 도움 없이도 혼자 숨을 쉰다.누구에겐 평범한 일이지만 예랑이에겐 기적 같은 일이다.
예랑이는 엄마와 아빠가 결혼한 지 3년 만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었다.
예랑이의 존재를 확인한 날이 11월 11일이라 '(빼)빼로'로 불렸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자랄 줄 알았던 예랑이는 이상하게 임신 21주 차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애초 개인병원에 다니던 예랑이 엄마는 자궁 내 성장지연에 임신중독증까지 심해지자 대학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됐다. 이 과정에서 예랑이 엄마의 혈압이 점차 치솟고 복수까지 차올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예랑이는 엄마가 입원한 지 나흘 만인 4월 22일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 성인 손바닥만한 한 줌 크기였다.
예랑이는 태어난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았다.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 고강도 치료가 병행됐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도 안 돼서 찾아왔다. 태변으로 장이 막힌 것이다.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작았던 터라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조금씩 태변을 꺼내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돌봤고, 예랑이는 모두의 감격 속에 결국 첫 변을 봤다.
예랑이 치료를 맡았던 양미선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예랑이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태변을 본 예랑이는 몰라보게 호전돼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뗐고, 스스로 숨을 쉬었다. 미숙아에 흔한 안과질환인 망막증도 합병증 없이 무사히 넘겼다.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들은 활달하게 버텨내는 예랑이에게 '일원동 호랑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예랑이보다 조금 더 크게 태어나는 500g 미만의 신생아도 생존율이 36.8%에 불과하다. 병원 측은 예랑이처럼 300g 미만으로 태어나면 생존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기적의 생존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예랑이는 퇴원 후 첫 외래 진료일이었던 전날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아 의료진들을 안심시켰다.
장윤실 모아집중치료센터 센터장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삼성서울병원은 12일 국내 최소 체중인 260 그램으로 태어난 예랑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