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반환점을 사흘 앞둔 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140분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선 이후 기자회견 시간으로는 최장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진행하겠다"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진 담화에서 "저와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고쳐야 할 부분들을 고쳐 나가겠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담화와 회견은 국민 눈높이엔 못미쳤으며, 의혹을 해소하고 국정을 쇄신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는 의혹에 대해 "김건희 라인이라는 말은 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면서 "대통령 아내로서의 조언을 마치 국정 농단화시키는 건 우리 정치 문화상이나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여사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악마화하는 데 억울함을 갖고 있지만 국민께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공천 관여 의혹을 불러일으킨 명태균과의 관계에 대해선 "일상적 연락을 주고 받았을 뿐"이라고 했으며, 명태균과 통화한 것에 대해선 "(명씨가) 섭섭하겠다 싶어 전화 받은 것"고 밝혔다. 의정갈등에 대해선 국민들에 사과하지 않고 차분하고, 꼼꼼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이날 회견은 해명에 그쳤지 진정한 사과나 국민들이 바라는 국정·인사 쇄신책은 없었다. 김 여사 문제를 위기라고 인정할 자세가 돼 있지 않은데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나올리 없다. 여전히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뜻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조건이 없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해답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오늘 회견은 이 세가지를 모두 결여하고 있다. 140분의 대담과 회견이 궁색한 자기변명의 장광설로 밖에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 4월 의료대란 담화처럼 윤 대통령은 정국을 수습하고 국정동력을 되찾을 천금같은 기회를 또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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