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가자 상법이 왔다. 금투세 앞에선 1400만 개인투자자를 위하던 국민의힘이 상법 앞에서는 상장사 편에 섰다.
폐지 수순에 들어갔던 금투세는 상법 개정 논란이 일자 '볼모'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상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돼야 금투세 폐지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에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쉽게 말하면 이사가 충성을 다하는 곳이 회사냐, 주주냐를 정하는 문제다.
기존 문구에 주주라는 한 단어를 추가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보이지만, 기업과 정치권이 이렇게 힘을 모아 막으려는 것을 보면 의미가 작지 않은 것 같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기업은 그동안 보지 않던 주주의 눈치를 봐야 한다. 상장은 시켰지만 '내 돈은 내 돈 회사 돈도 내 돈'으로 여기던 기업의 경영진들에게는 청천벽력일 수 있다.
상법이 개정된 뒤 이사회의 어떤 결정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다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돼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합병과 분할 결정이다. 기업 내 핵심 사업부문을 따로 떼서 상장시키거나, 오너의 승계 작업을 위해 계열사간 합병을 결정할 때 그동안 기업은 주주의 눈치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
'승계 작업'이란 말을 밸류업 공시에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주를 '투자자'가 아닌 '돈줄'로 보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 문제를 개선해보자는 것이 상법 개정의 핵심이다.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낮추는 분할이나 합병에 이사회가 직접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회장님만 바라보지 말고 주주들도 봐 달라는 의미다.
그런데 기업들은 상법이 개정되면 회사가 주주의 눈치만 보다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환경이 악화돼 기업의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하고, 악의적인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도 걱정한다.
이런 기업들의 우려를 보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결정들이 주주가 아닌 회사를 위해 통과됐는지 알 수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결정에 반대할 투자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결국 기업들이 그동안의 '기업 가치 내리기'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최근 들은 한 투자 전문가의 말이 인상깊었다. "이런 간섭이 싫고 그냥 하고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고 싶으시면 그냥 상장폐지 하시면 됩니다. 비상장으로 지분을 100% 가지고 계시면 아무도 뭐라고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