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투자자는 수익 극대화가 본분… ESG서 투자개념 간과 아쉬워" 이지환 "주식 지급 등 성과 보상제 도입… 사외이사 전문·독립성 제고해야" 최준철 "우리나라, G에서 유독 다른 노선… 지배구조 개선땐 기회 열릴 것" 재계, 지배구조 개선 강제 대신 자발적 참여안 주장… "인센티브 마련 우선"
디지털타임스와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ESG와 밸류업 기업의 길을 묻다' 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김광기 ESG경제연구소장 사회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 팀장,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김 소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윤재숙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지원부 부장,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밸류업을 위해서는 이사회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해외 기업처럼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만 이같은 지배구조 개선이 규제를 통한 강제가 아닌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 따른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는 보완론도 제시됐다.
6일 디지털타임스 'ESG와 밸류업 기업의 길을 묻다' 포럼에서 김광기 ESG경제연구소장을 좌장으로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 윤재숙 한국거래소 부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류영재 대표는 "2006년 한국에 와서 ESG를 처음 알릴 때 MSG와 ESG를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지금은 ESG가 경영과 투자에서 모두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ESG 투자와 경영에서 투자가 아닌 ESG만 강조되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며 "투자수익 극대화가 투자자의 본분인데 우리나라는 환경운동이나 인권운동을 하던 분들이 ESG경영을 알리면서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ESG 중 거버넌스(G)에 집중했다. 그는 "E와 S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사회적 책임 부분은 전 세계 기업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반면 G 부분은 유독 우리나라만 다른 노선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8년간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하면서 G에 대한 한이 생겼다"며 "투자로 성공한 저조차 아픈 기억이 많다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은 골병이 들어서 국장을 떠났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도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로 꼽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이 문제만 해결하면 국내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버넌스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계속 방문하는 것은 이것만 개선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환 교수는 지배구조에서 특히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사외이사들은 문제만 일으키지 않고 무탈하게 사고 없이 가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사외이사 보수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등 성과 보상제를 도입해 회사에 대한 이들의 몰입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의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주식 가치로 내 보수가 결정된다고 하면 해당 기업에 전문성을 가지고, 열심히 할 사람들만 사외이사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숙 부장도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문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나 이사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거래소가 할 수 있는 대로 이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설명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 측은 이같은 지배구조 개선이 강제성을 가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논의들이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밸류업 역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팀장은 대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하는 점에 대해 "밸류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조차 아직 입법화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나중에 소급을 어떤식으로 할지 모르는 가운데, 일찍 시작하는 게 불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한국거래소 등에서) 규제와 페널티로 기업들을 압박하기 보다는 자율적이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게 이상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