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10일)을 앞두고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윤 대통령은 이날 대독을 통해 집권 2년반 동안의 성과를 소개하고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데 주력했다. 김건희 여사 사과, 의정갈등 해결 등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채무 안정적 관리, 징벌적 부동산 과세 완화, 원전 생태계 복원 등을 통해 경제는 새로운 도약 단계에 들어섰지만, 민생 회복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구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29분간 시정연설에서 등장한 단어는 의료(19회), 개혁(19회), 국민(17회), 재정(15회), 경제(14회) 등이었다. 윤 정부가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세일즈 외교를 통해 수출을 늘린 건 사실이다. 북의 핵위협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도 강화시켰다. 하지만 무엇보다 민생이 여전히 어렵다. 외환 위기나 코로나 위기때보다 더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적지 않다. 나라빚 증가 속도도 여전하다. 4대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알맹이와 디테일이 너무 부족하다. 노동개혁은 핵심인 고용과 노동시간 유연성 제고 문제는 건드리지 조차 못하고 있다. 탁상행정식 의료개혁은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의료비 부담은 늘리며, 필수과 의사들의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금 개혁은 거대 야당에 막혀 있으며, 교육 개혁은 무얼 하겠다는 건지 모르는 국민들이 태반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2년반,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지난달 22일엔 부산 범어사를 방문해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말과 기시감이 느껴진다. 대통령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서운한 감정이 읽힌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국가 리더라는 자리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얇은 얼음을 밟고, 호랑이 꼬리에 올라탄 것처럼 보다 겸손한 자세로, 위기의식을 갖고 여론을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의 연설과 행동에 공감하기 보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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