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증언대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서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증언대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서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施政演說)에 불참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현재로서는 (한덕수) 총리가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게 되면 2013년 이후 11년간 이어진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례가 깨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지난 9월 열렸던 제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원식도 오기 싫고 시정연설도 하기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인가"라며 "그만 숨고 나오시라"고 비판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 운영 방침을 밝히는 것이지만, 1988년 노태우 대통령 이후엔 지금처럼 정부의 예산안을 설명하는 연설로 굳어져왔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 하고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현직 대통령이 매년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의 시정 연설 불참은 야당의 도를 넘는 언어 공격, 피켓 시위 등 대통령에 대한 모욕주기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판결을 앞둔 민주당은 지난 2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여는 등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격으로 이 대표 판결 결과를 희석시키려는 행태를 노골화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 단축, 탄핵 추진이란 말도 공공연히 외친다. 김건희 여사를 국회 증인으로 부르는 동행명령장까지 두번이나 발부,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까지 찾아가는 등 노골적인 망신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시정연설 당시엔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악수를 청해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거나 "그만 두라"라는 폭언까지 했었다. 2022년엔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으로선 꼭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아무리 거친 행동을 하더라도 시정연설을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에 주어진 최소한의 의무조차 안하겠다는 뜻이다. 이럴 때 일수록 국회에 나가 소통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필요하다. 특히나 지지율이 19%로 추락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지지율이 전통적 지지층에서조차 급락한 것은 불통과 고집 탓이 크다. 야당도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선진국은 아무리 정쟁(政爭)을 하더라도 대통령이나 총리의 의회연설에 대해선 품격을 지킨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미국 대선과 미중 갈등 등 세계는 어느때보다 격변기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정치적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시정연설도 하지 않는 불통으로는 임기 후반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 회복은 기대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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