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창' 특강에서 "자신의 수요 독점적으로 만드는 것 중요" "좋아하는 걸 선택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 제외하는 것도 방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후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열린 '글로벌 시대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 강연에서 첫 강연자로 나섰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울대 교수로 활동하던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며 학자로선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데 한계를 느껴 IMF를 가게 됐어요. IMF에서의 근무는 너무나 즐거웠죠. 2030 청년들도 평생 한가지 직업만 생각하지 말고 2~3개 직업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제 아들·딸들에게도 평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싫어하는 걸 잘라내라'고."
'한국 경제의 사령탑' '경제학계 키다리 아저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30 청년들의 꿈을 지피기 위해 직접 멘토링에 나섰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 로체스터대 조교수, 세계은행 객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획조정단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2014년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냈다. BIS 글로벌 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기구 경험을 통해 외교 협상 등 다양한 시각에서 경제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정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열린 '글로벌시대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이란 특별강연에 첫 강연자로 나섰다. 이 총재는 국제기구 경험을 통해 경제이론뿐만 아니라, 외교 협상 등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학자로서 활동할 때 한계에 많이 부딪혔다. 현실 참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G20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도 경험했다. 국제적 안목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며 "당시 중국 및 아시아 경제 역할 증대,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컸다. 통일이 금방될 줄 알고 북한에 대한 연구도 하고 투자도 하려했지만 지금까지도 이루지 못한 과제다"고 설명했다.
IMF에서 근무하던 시절 시각의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은행의 보고서 리뷰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트레이닝 중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IMF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IMF의 장점만 쏙쏙 빼 한은에 많이 녹이려 한다"며 "커뮤니케이션 역할의 중요성을 느껴 공보관 역할을 강화하고 인사·성과평가 제도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왑'의 중요성도 깨달았다고 한다. 통화스왑이란 말 그대로 통화에 대한 스왑으로, 두 거래자가 두 개의 금융자산을 서로 교환하고 이를 일정기간 동안 활용한 후 다시 바꾸는 금융계약이다. 2010년 당시에는 기획재정부와 한은 중 누가 스왑을 받아오느냐에 대한 경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후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열린 '글로벌 시대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 강연에서 첫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주형연 기자
이 총재는 국제적 시각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적정 성장률을 예로 들며 "똑같은 2%이더라도 세계 성장률이 4~5%일 때 2%면 낮은 것이고 0%일 때 우리가 2%면 높은 것"이라며 "다른나라와 비교하면서 (판단)하는 게 맞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기업은 세계화가 많이 돼있는데 이상하게 정부랑 학계는 덜 국제화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것을 보완하면 우리나라에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지역 경제에 대한 한은의 역할에 대해 "저출산 문제에 관해 최근 (한은에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수도권 집중"이라며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의 폐해라든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연구를 하는 것이 한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각 학교(대학)가 고등학교 학생에 비례해서 학생을 뽑아달라고 얘기했더니 '강남권, 서울에 대한 역차별이다',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가 굉장히 많은데 생각의 발상이 바뀌었으면 한다"며 "전 세계를 돌다 보니 어느 대학도 성적순으로만 뽑는 나라가 없다.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교수님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이 총재는 "국민의 생활이 되는 기본적인 것에 어떻게 적당한 가격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집값 잡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통화정책 할 때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로제의 '아파트'란 노래로 아파트값이 오를까 봐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청년 시기에는 나를 대체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며 "경제학에선 독점을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개인의 입장에선 자신에 대한 수요가 독점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옛날에는 하나의 직업을 갖고 열심히 일해 은퇴했는데, 지금은 직장을 하나만 가져선 안되기에 2~3개 직업을 가져야 한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제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특강은 국내 대학으론 처음 서강대에 설립된 멘토링센터 '생각의 창'에서 주최했다. 지난 7일 문을 연 '생각의 창'은 전문가들이 청년들에게 축적된 경험을 나누고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 각 분야 전문 인사 77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구성됐다. 이날 사회는 '생각의 창' 설립을 주도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맡았다. 생각의 창 센터장인 박 전 장관은 이 총재를 '키다리 아저씨'라 소개하며 학생들과 이 총재의 원활한 소통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