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전체 영업이익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최선단 공정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집중해 업계 1위의 리더십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의 투자는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31일 올해 3분기 R&D 투자 집행 규모가 8조87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분기 영업이익(9조1800억원)의 97%에 이르는 숫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R&D 비용에 7조8200억원을 지출한 데 이어 2분기에도 8조500억원을 지출했다. 삼성전자는 시설투자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3분기 시설투자 금액은 전 분기보다 3000억원 증가한 12조4000억원이다. 사업별로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10조7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원 등이다.
올해 3분기 누계로는 35조8000억원이 집행됐는데, 이 가운데 DS부문에서만 30조3000억원이 투자됐다. 디스플레이는 3조9000억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올해 연간 시설투자 금액을 지난해보다 약 3조6000억원 증가한 56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DS부문은 47조9000억원으로 작년보다 소폭 감소하고, 디스플레이는 5조6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반도체는 적자를 이어가는 파운드리보다는 고부가 메모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후공정 투자, 클린룸 선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설비투자의 경우 증설보다는 전환 투자에 초점을 두고 기존 라인에 대해 1b 나노 D램, V8·V9낸드로 전환을 가속해 수요 모멘텀이 강한 선단공정 기반 고부가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투자에 대해선 "올해 설비투자 집행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2나노 공정 등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 삼성전자는 "4분기 중 2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양산성 확보와 또한 추가적인 경쟁력 있는 공정·설계 인프라 개발을 통해 고객 확보에 더욱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사와 협력해 선단 공정 및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통합한 HBM(고대역폭 메모리) 버퍼 다이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고객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모바일뿐만 아니라 HPC(고성능컴퓨터), AI(인공지능),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응용처의 고객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