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승부수로 지분격차 역전
유상증자 3% 청약 제한 묘수도
영풍·MBK "끝까지 책임 물을것"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사주조합에 유상증자 물량의 20%를 배정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와의 지분 격차를 역전시켰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단일 투자자에 대한 청약한도를 3%로 정해 영풍·MBK의 우호세력 확보에도 제동 장치를 걸어놨다. 일반 공모에서 고려아연이 얼마나 많은 백기사(우호세력)를 끌어들일지가 추후 이사회 구성을 놓고 벌어질 표 대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이번 유상증자 물량 373만2650주 중 우리사주에 배정하기로 한 20%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후 소각하기로 한 자사주를 제외하면 3.3%가량 된다.

이를 감안했을 때 유상증자 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우리사주를 더해 우호 지분율이 의결권 기준 36.1%, 영풍·MBK는 35.6%로 각각 추산돼 0.5%포인트(p)가량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큰 격차는 아니지만 2~3%포인트 밀리던 것에서 이를 역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 공모에서 한 투자자 기준으로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3% 이상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영풍 측도 참여할 수 있지만, 특수관계자로 묶인 경우 3%를 넘지 못한다는 의미여서 계열사들의 참여가 제한적이게 된다. 영풍·MBK가 3%의 지분을 유상증자로 확보한다고 가정했을 때, 마찬가지로 고려아연 역시 3%를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특별관계자 합산 3%로 청약물량을 제한하는 것은 과거 상장기업의 일반공모증자 과정에서 다수 사례가 존재하는 등 합법적인 사안"이라며 "특정 주주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도 자체적으로는 3% 이상 확보할 수 없지만, 우호세력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는 데서 백기사들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는 현대차, LG, 한화, 한국타이어, 한국투자증권 등이 꼽힌다. 또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앞두고 최 회장이 다양한 투자자를 만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예를 들어 이번 일반청약 물량 299만주 중 3분의 1가량을 우호세력이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4.4%의 지분율을 더 확보하게 된다. 절반에 참여했을 때는 6.7%까지 확대돼, 이번 유상증자에서 고려아연 측이 3%를 확보할 경우 10%포인트 가까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주주들의 경우도 반드시 영풍·MBK의 편에 선다는 보장이 없어 경우에 따라서는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정치권, 지역사회 등 시장에서는 우선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유상증자 소식 후 이날 하한가로 마감한 것이 부담 요소지만,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회사채 상환에 쓰기로 하면서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거졌던 재무건전성 우려도 해소하게 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일반공모증자를 통해 아연과 연, 금, 은, 동 등 산업핵심소재와 반도체황산, 그리고 인듐, 코발트 등 희소금속과 비스무트,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자원 등의 공급·품질 유지에도 차질없도록 하겠다"며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와 이로 인한 기술유출,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해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풍·MBK는 즉각 자료를 내고 반발했다. 양측은 "최 회장은 차입금으로 인한 회사의 재무적 피해를 모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려고 하지만, 이 행위 자체가 바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입증한다"며 "최 회장과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무너져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를 다시 바로 세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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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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