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실적시즌은 시작돼 다음주까지 굵직한 매크로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미국 대선에서 아직까지도 뚜렷한 승자가 보이지 않습니다만, 투자자들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점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를 가정해 관련 투자가 늘어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급증하고 있거든요. 트럼프가 정부 지출을 늘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국채 금리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금리)이 4.3%를 돌파했고, 오늘은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진보 성향의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준비했다가 사주의 결정으로 철회한 일이 있었습니다. 언론사에서는 기삿감이 되지 않는 기사라고 판단해 삭제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것을 '킬(Kill)'이라고 부릅니다.
킬을 주문한 건 다름 아닌 WP 사주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였습니다. WP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왔습니다다. 하지만 현재 WP 편집인이자 최고경영자인 윌리엄 루이스가 이번 대선부터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고려해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한 것이란 WP 안팎의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WP의 유명 기자 밥 우드워드는 "신문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신문이) 트럼프와 그의 행적을 보도하고, 사설 등을 통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관이 돼버렸다"고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전 WP 편집국장인 마티 배런은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타당한 결정이지만 이 결정은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이뤄졌으며 신문의 편집국과 실질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며 "이 결정은 분명 다른 이유로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조스는 곧장 WP 홈페이지에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 철회 건에 대해 개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체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불편한 진실: 미국인들은 뉴스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다(Hard truth: Americans don't trust the news media)'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베이조스는 "특정 신문의 대통령 지지 선언은 선거의 향방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 그런 지지 선언은 해당 매체가 편향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인상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향후 대가를 계산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지난 2013년 이 신문을 인수한 이후 사주로서의 내 행적을 보면 알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사설 철회 소식 이후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WP 논설위원 3분의 1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데 사용하는 새로운 전술에 대한 시리즈로 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E.호프만도 물러난 논설위원 중 한 사람입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가 국가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 침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독자 이탈도 일어났습니다. 현재까지 25만명이 WP 디지털 구독 취소를 했다는 소식입니다. 유료 구독자의 10%에 달합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신문들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국 내 5대 일간지인 USA 투데이도 본사를 비롯한 산하 200개 이상의 지역 신문사들 모두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디언은 독자와 매출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는 언론 지형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요. 아무리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한들 사주가 편집국고의 협의도 없이 기사를 '킬'한다는 신문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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