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브롱냐르궁서 'Y3K 코레'
디자이너 선우, 펀투웨어 콜렉션
음악·춤·뷰티 융합 패션 선봬
문체부, K-패션쇼 접목 박람회

한국인을 대표하는 정서는 한(恨), 정(情), 흥(興)이라 할 것이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온 한국 문화의 독특함은 대부분 한을 승화한 정신적 강인함과 정으로 감싸안아주는 따뜻함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흥'에 취해 있다. 세계적 가수들이 한국 공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떼창'을 즐기고, 귀에 쏙쏙 박히는 비트로 이뤄진 K-팝은 전 세계인의 몸과 마음을 모두 들썩이게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K'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콘텐츠로서 최고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26~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프랑스 K-박람회'는 음악과 춤, 그리고 패션으로 'K-흥'을 유럽 전역에 전파했다

'2024 프랑스 K-박람회' 중 'Y3K코레' 융합 패션쇼에 참가한 장선우 디자이너. 콘진원 제공
'2024 프랑스 K-박람회' 중 'Y3K코레' 융합 패션쇼에 참가한 장선우 디자이너. 콘진원 제공
◇파리를 물들인 'K'의 향연…K-팝과 K-댄스, K-패션의 완벽한 조화 'Y3K 코레'

K-팝과 K-댄스, K-패션이 한 자리에 어우러진 무대가 파리의 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26일(현지시간) 나폴레옹 시대 문화유산인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 1층 야외 복도에서는 닙그너스, 선우 등 주목받는 K-패션 디자이너들이 K-팝 그룹인 에스파와 엔시티(NCT)의 무대의상을 새롭게 재해석한 융합 패션쇼 'Y3K 코레'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유럽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관계부처 합동 K-박람회 개최하면서 매력적인 'K-패션쇼'를 접목해 새로운 박람회의 지평을 열었다.

패션쇼에는 프랑스 패션 어워드 안담(ANDAM)의 나탈리 듀포르 CEO와 파리 패션 위크와 파트너십을 맺은 공식 수주전시회 트라노이(Tranoi)의 보리스 프로보 CEO를 비롯해 갤러리 라파예뜨(Galeries Lafayette), 르봉 마르셰(Bon Marche), 쁘렝땅(Printemps), 사마리텐(Samaritaine ) 등 파리 유명 백화점 브랜드 관계자 등 프랑스 패션계 VIP들과 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 1층 야외 복에서 열린 'Y3K 코레' 패션쇼에서 댄스크루 훅이 공연을 하고 있다. 콘진원 제공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 1층 야외 복에서 열린 'Y3K 코레' 패션쇼에서 댄스크루 훅이 공연을 하고 있다. 콘진원 제공
패션쇼의 포문은 인기 댄스크루인 '훅'(HOOK)이 열었다. 훅은 닙그너스의 의상을 입고 NCT U의 '일곱번째 감각'과 '배기진스'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군무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곧바로 닙그너스의 발랄하면서도 트렌디한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장악했다. 홍성빈 디자이너가 2019년 뉴욕 유학 당시 론칭한 브랜드인 닙그너스는 감각적 디자인을 추구한다. 디자이너의 이름인 성빈(Sungbin)의 영문 스펠링을 거꾸로 써 브랜드를 만들었다. 역동적이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인 미국의 뉴욕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즐거움으로서 패션을 완성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브랜드에 담았다. 파리 K-박람회 런웨이에 오른 컷아웃 디테일이 과감하게 쓰인 콜렉션은 닙그너스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닙그너스의 콜렉션은 NCT 127의 '질주'와 'Fact Check'와 조화를 이뤘다.

패션쇼의 흐름은 훅으로 이어졌다. 훅은 선명한 색감과 율동감 넘치는 선우의 소품을 활용해 에스파의 '아마겟돈'과 '슈퍼노바' 무대를 꾸몄다. 이후 런웨이는 장선우 디자이너의 브랜드 선우가 선보이는 실험적인 콜렉션으로 채워졌다.

원터치 텐트를 떠올리게 하는 둥근 형태와 반동 원리를 적용한 독특한 의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선우는 강렬한 색상과 조형미로 시각적인 재미를 극대화했다. 디자이너는 즐겁게 입을 수 있는 옷, '펀투웨어(Fun-To-Wear)'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의류가 본래 가지고 있는 '보호'와 '표현'의 속성을 도전적이고, 정교하게, 과감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형태와 균형, 그리고 스토리 텔링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선우는 '선우가 너의 옷장을 춤추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관객과 공유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의류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2019년 9월 브랜드 론칭했으며, 'Billboard', 'British Vogue', 'Hypebae' 등 다양한 패션잡지 커버 작업을 했고, Mnet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프로그램 시즌 1의 라치카팀 무대의상을 제작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에스파의 'Dreams come true' 리듬을 따라 등장한 선우 콜렉션은 관객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패션 판타지를 선사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 1층 야외 복에서 열린 'Y3K 코레' 패션쇼에서 장선우 디자이너의 선우 의상을 입은 모델이 워킹을 하고 있다. 콘진원 제공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 1층 야외 복에서 열린 'Y3K 코레' 패션쇼에서 장선우 디자이너의 선우 의상을 입은 모델이 워킹을 하고 있다. 콘진원 제공
◇K-컬처의 정점, K-패션이 찍을 것… 브랜드 선우의 장선우 디자이너

"사실 K-패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더 멀리 뻗어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K-박람회와 같이) 정부와 기관, 기업들이 패션에 더 관심을 갖고 더 기여를 해주고 더 알려나가는 과정이 있다면 시간과 함께 좋은 역사가 쌓일 것이라 기대합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 1층 야외복도에서 진행된 'Y3K 코레' 융합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장 디자이너를 만나 K-패션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장선우 디자이너에게 패션은 '재미'를 제외하고 논할 수 없는 주제다.

"옷을 입고 거울을 봤을 때는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옷을 입어보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재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브랜드 선우에 담았어요"

패션 브랜드 JW 앤더슨과 런던의 디자인 스튜디오 Gur 디자인 Ltd에서 경력을 쌓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한 장 디자이너는 우연히 만난 텐트족의 삶을 접하고는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표현해냈다. 장 디자이너는 "저는 한국에서도 살고, 캐나다에서도 살고, 영국에서도 살면서 어느 한 곳에 소속돼 있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영국에서 공부하던 중 길을 걷는데 원터치 텐트를 어깨에 메고 떠돌면서 집없이 살아가는 한 무리를 만나게 됐다. 이동하는 삶의 방식이 나와 닮아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모티브로 디자인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옷이지만 공간적 감각까지 아우르는 선우만의 디자인이 탄생한 배경에는 삶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디자이너의 고민이 녹아있는 것이다.

장 디자이너는 자신이 받은 영감을 어렵거나 무겁게 풀어내지 않았다. '즐거워야 옷'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장 디자이너는 "제 브랜드의 네러티브 자체가 '재미'다. 패션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옷을 입어보는 경험이 재밌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Y3K 코레' 패션쇼에 참가하게 된 것도 걸그룹 에스파와 패션이라는 시각적 자극을 융합하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의 도시인 파리에서 역사적 건물인 브롱냐르궁을 배경으로 패션쇼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고 즐거웠다"고 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 1층 야외 복에서 열린 'Y3K 코레' 패션쇼에서 닙그너스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피날레를 하고 있다. 콘진원 제공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 1층 야외 복에서 열린 'Y3K 코레' 패션쇼에서 닙그너스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피날레를 하고 있다. 콘진원 제공
장 디자이너는 이번 콜렉션에 대해 "사람 몸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과 제 의상이 조화를 이루면 매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댄서나 안무가들이 제 의상을 착용하고 공연을 하면 색다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밌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 디자이너는 최근 인기 댄스크루인 라치카의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무대의상을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대중은 브랜드 선우의 의상에 '회오리감자' 또는 '회전초밥접시'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재미를 충분히 느꼈다. 장 디자이너는 "만들면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대중들이 재밌는 해석으로 끄집어내줘서 저에게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평가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장 디자이너는 글로벌 진출을 시작하는 신진 디자이너로서 K-컬처의 위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해외 무대에서 콜렉션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지만 한국 안에만 있을 때보다 해외에 나와 많은 사람들을 접하니 파급력이 다르다"며 "패션이 어떤 나라에서도 단독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도 K-뷰티와 K-팝, K-패션이 함께 간다. 그래서 이번 융합 패션쇼가 특별하다기보다는 당연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장 디자이너는 아울러 "K-패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국내에는 매우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많지만 상업성과 정체성을 함께 유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K-패션이 세계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다면 밝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옷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는 장 디자이너는 요즘 새로운 콜렉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준비하는 콜렉션은 기존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면서 "옷을 만드는 것은 탐험을 하는 과정과 같아서 마지막에 세상 밖으로 어떤 친구가 나올지는 저도 모르겠다.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파리(프랑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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