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에서 최대 16조원의 기금 여윳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가 이날 밝힌 재정 대응 방안에는 외평기금·주택도시기금 등 기금 여윳돈 16조원 투입, 예산사업 7조∼9조원 불용, 지방교부세·교부금 6조5000억원 집행 보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세수 결손을 충당하기 위해 외평기금을 대규모로 끌어 왔던 정부는 올해는 외평기금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2년 연속 외평기금을 동원하기로 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셈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정부의 주먹구구식 '기금 돌려막기' 행태에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외환 방파제'인 외평기금을 허무는 일이 되풀이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상태다. 한 달 새 약 80원 뛰면서 14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국내 경기 우려가 맞물려 원화 가치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외평기금의 여력이 감소하면 외환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환율 위기가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최근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 등으로 재원 여력이 줄어든 주택도시기금에서도 수조원을 빌리는 것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방교부세·교부금 집행 보류 역시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만을 키우는 실정이다.
기금 돈을 빼서 세수 펑크를 메우는 것이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도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쪽에서 빚 내서 저쪽 빚을 갚는 카드빚 돌려막기와 같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임시변통이다. 더구나 이런 행태가 벌써 2년째다. 언제까지 돌려막기를 할 셈인가.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제를 살려 약화된 세수 기반을 보강해 세수 결손을 줄이는 게 답이다. 동시에 엉터리 추계를 바로잡고 그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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