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기업은 1인 이상의 여성이사를 이사회에 포함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상장기업 내에 다양성과 포용성 문화는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다. 특히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 여성이사의 수와 이사회에서 이들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사회 뿐만 아니라 임원 및 중간관리자 단계에서도 인적 자원의 다양성이 기업가치와 기업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임원 수는 여전히 매우 적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4~10%로 중국 19%, 미국 27%, 호주 29%, 싱가포르 33%에 비해 여전히 크게 낮다. 상장기업의 60%는 여성임원이 아예 없다. 외부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할 수 있지만, 단순히 여성 사외이사의 숫자를 늘리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성인재를 키워야할 이유다.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여성임원 확대를 위해 공시제도 등 자본시장 관련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금융상품거래법에 따라 유가증권보고서에 임원의 남녀별 인원수와 여성 비율을 기재하고 있고, 지배구조보고서에 '여성활약상황'과 '여성활약의 목적·방침'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지배구조코드에서는 첫째 이사회에 젠더와 국제성을 포함한 다양성의 확보를 중요 요소로 할 것, 둘째 여성의 관리직 등용에 관한 방침과 목표, 그 상황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거래소도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와 고위관리직 여성비율과 목표의 달성 정도에 대해 공시하게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기업지배구조 코드에서 이사회에 최소 여성이사를 30% 이상 둘 것을 권고하고 있고, 일정 규모의 상장회사는 반드시 최소 이사 1인은 여성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 성별 다양성 뿐만 아니라 중간 경영층 단계에서도 성별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여성이사와 임원의 공급 경로가 확보된다. 입사 때는 성비가 비슷하지만 중간 관리층부터는 여성 비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간 경영층 단계에서의 성별 다양성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에 공개되었던 성평등기본법 제20조에 명시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 성별 임원현황 발표'도 2021년 중단된 상태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어 가는 상황에서 유능한 인재 확보는 국가와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특히 여성인재 확보는 경제활동참가율 개선과 함께 이들의 평균임금, 정규직 비율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향후 10년간 G7 평균에 도달하면 GDP가 165조원 증가하고, OECD 경제규모 8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상장기업은 여성임원 육성과 관련한 정보를 공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투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공시는 결과보다 과정에 포커스를 두도록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개선되도록 노력을 하며, 실질적인 기업문화로 내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 공개는 여성관리자 비율 증대와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자의 회사 복귀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인 저출생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지금, 기업이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구현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도약의 해법으로 여성임원 육성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