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저항선' 1400원선 도달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등 영향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 상승세
국내는 수출 감소에 하락폭 커



돌아온 '강달러'로 환율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복병으로 다시 부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달 새 급등하면서 1400원선에 다가섰다.

일각에서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폭은 다른 국가 통화에 비해 훨씬 가파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속도가 빠르다"고 우려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기 부진 속에 환율 급등에 따른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환율이 오르는 것은 미 달러화 강세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한국은 국내 경기 부진 우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의 여파로 원화는 더 강한 평가 절하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됐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 일반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도 달러화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것도 달러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가 당선될 경우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자 유입 축소 등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뛰었다.

중동과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6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반) 종가(1380.20원) 대비 9.00원 상승한 1389.2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 중 1390원 선을 넘어서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의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환율 비교에 따르면 이달들어 25일까지 원화는 5.21% 하락했다. 9개 국 통화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본 엔(-4.92%), 호주 달러(-4.35%), 영국 파운드(-3.07%), 유로(-2.87%), 캐나다 달러(-2.45%), 스위스 프랑(-2.21%), 중국 위안(-1.52%), 대만 달러(-0.69%) 모두 원화 보다 하락률이 낮았다.

원화가 유독 약세를 나타낸 이유로는 국내 경기 우려가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속보치)은 0.1%로, 한은 전망(0.5%)에 크게 못 미쳤다.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까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2601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원·달러 환율 상단이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달러가 굉장히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속도도 빠르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한은은 다음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경기(내수 부진)와 집값, 가계대출, 그리고 환율이라는 난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도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하면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미국이 금리를 금방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커졌다"면서 "지난번까지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통화정책의) 고려요인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과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다음달 28일 1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경기 하강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금통위가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환율 급등세에, 집값과 가계대출 불안도 여전해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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