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선, 비로소 시, 어조사 어, 높을 외. '먼저 곽외(郭외)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가까운데서부터 시작하라는 의미다.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먼저 가까이에서부터 찾고 이루라는 얘기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랴",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다. '전국책'(戰國策) '연책 소왕'(燕策 昭王)편에 나온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연(燕)나라 소왕이 제위에 올랐을 때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러웠다. 소왕은 제(齊)나라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고심했다. 이때 곽외라는 현자가 찾아왔다. 인재를 등용하는 방책을 물은 소왕에 곽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이 많이 있지만 문제는 왕께서 실행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제왕(帝王)의 신하는 명분은 신하지만 실제는 스승입니다. 왕자(王者)의 신하는 명분은 신하지만 실제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패자(覇者)의 신하는 명분은 신하지만 실제는 빈객이며, 위태한 나라의 신하는 명분은 신하지만 실제는 포로에 불과합니다. 위로 왕자(王者)가 되시든 밑으로 패자(覇者)가 되시든 그것은 오로지 왕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소왕이 다시 "그러면 누구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그 의견을 들으면 좋겠소?"라고 물었다. 이에 곽외는 "지금 임금께서 진정 인재를 구하시려 한다면 먼저 저 곽외부터 스승의 예로 대하십시오. 저 같은 자가 그런 대우를 받는다면 저보다 훌륭한 자가 어찌 천 리 길을 멀다 하겠습니까?"고 답했다. 소왕은 그 말을 옳게 여겨 황금대(黃金臺)라는 궁전을 짓고 그를 스승으로 극진히 예우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합종론의 소진(蘇秦), 조(趙)나라의 명장 악의(樂毅), 음양설(陰陽說)의 비조(鼻祖) 추연(鄒衍) 등 천하의 인재가 앞다퉈 연나라로 모여들었다. 소왕은 악의를 상장군에 임명해 제나라를 쳐부수고 궁실의 종묘마저 불사르며 원수를 갚았다.

가까운 사람조차 믿지 못해 으르렁대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볼썽사납다.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원활히 국정을 수행할 것인가. 아무리 뜻이 높고 크다고 해도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만사휴의다.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다. 대통령과 당대표가 뜻을 이루려면 먼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

강현철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현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