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변호사 법원·로스쿨 비리 고발 유명세 처음으로 법관 재임용서 탈락 세태 환멸 생겨 시골로 내려와 저서 통해 MZ세대에 위로 건네 정치 이슈 대한 말은 극도로 아껴
신평 변호사가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디지털타임스 DB>
글쓰기에 조예가 깊으며 기존과 결이 다른 정치 평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재야 법조인'이 있다. 경북 경주에서 '농사짓는 법조인'이라는 별칭을 얻은 신평 변호사 이야기다.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난 신 변호사는 경북고등학교를 나온 뒤 서울대 법대 학사·석사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3기로 인천지법·대구지법 판사를 거쳐 변호사, 경북대 로스쿨 교수를 지내는 등 법학자의 길을 걸었다.
신 변호사는 뼛속까지 법조인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소명을 부여받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우직한 판사였다. 본인 역시도 판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겼다고 한다.
1993년 판사 재직 당시 법원의 돈거래와 인사비리 등을 폭로해 '법관 재임용 탈락 1호 법관'에 이름을 올렸고, 로스쿨 교수 시절에도 대학 내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고발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이후엔 한국헌법학회장, 한국교육법학회장, 엠네스티 법률가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공정세상연구소와 사단법인 심정민 추모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 변호사는 글을 쓰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주요 저서로는 '공정 사회를 향하여',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을 위한 로스쿨' 등이 있다. 시와 수필로 문단에도 등단한 그다.
무거웠던 판사 복을 내려놓고 농사짓기와 글쓰기를 즐기는 그는 최근엔 '시골살이 두런두런'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는 등 '글쟁이'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신평 변호사가 22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디지털타임스 DB>
신 변호사는 지난 21일 진행한 디지털타임스와 서면과 전화 인터뷰에서 도심을 떠나 시골살이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그는 "1993년 8월에 저는 법관사회의 정풍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했다. 당시 저는 판사직에 있으며 일부 법관이 돈을 받고 판결을 이기게 해주는, 심하게 말하자면, '판결 장사'를 하는 행태를 저지르는 모습까지 보며 깊은 절망감을 가져왔다"며 "그러나 그 글은 사법부 수뇌부의 강한 분노를 샀고, 저는 현행헌법 시행 후 처음으로 법관 재임명에서 탈락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조치가 과했다는 반성에서 저를 다시 법관으로 임명한다는 말이 있어 기다리다가 해가 바뀐 1월의 어느 겨울날 어린 자식들 손을 잡고 경주에 내려왔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본 세태에 대한 환멸이 생기며 다시는 이 시골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이름 없는 존재로 묻혀 살겠다는 심정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묻는 질문에 신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돈을 벌고 또 사회적 출세를 위해선 도시에서 사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시골 생활은 우선 사는 것이 편하다. 병원이나 시장에 가거나 일상사의 처리가 쉽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또 저처럼 현실에 대해 진한 환멸을 느끼고 거기에서 탈출해 자연과 접한 생활을 하려고 한다면 단연 시골이 더 나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리고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시골 생활의 단점이 많이 완화된다. 여하튼 저로서는 시골에서 살며 현실이 저에게 안긴 커다란 상처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출간한 '시골살이 두런두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시와 산문으로 문단에 등단한 신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시를 쓰며 삶의 위안으로 삼아왔다. 시집을 기왕에 세 권을 냈는데, 그 후에 새롭게 쓴 시가 많이 모였다"며 "120편이 넘는 시들을 모아 새로운 시집을 내는 김에 시의 옆에는 단상(斷想)을 토로하는 산문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 속에서 살며 문명을 비판한 수상집인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Walden)'이라는 책이 있는데, 제 책은 굳이 말하자면 '한국판 월든'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저는 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과연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 답은 독자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시골살이 두런두런'을 통해 MZ세대를 향해 '작은 위로'를 건넸다. 그는 "아직 젊은 나이에선 자신의 삶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잘 모른다. 청춘이 뿜어내는 찬란한 빛을 정작 본인은 잘 보지 못할 수가 있다"면서 "더욱이 현대 사회의 특징인 '초연결성(superconnectedness)'이 오히려 삶의 방향을 흐려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존재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고 또 타인과 구별되는 주체성을 발휘하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닥치는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행복의 조건'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욕구는 절대 결핍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작고 소박한 것을 귀중하게 생각하며 매만질 때 의외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서 너그러운 시선을 던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며 "이렇게 해서 우리의 주위가 고(故) 성철 스님이 말씀하신 '광명천지'로 바로 변할 수가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행복에의 첩경이 아니겠나"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신 변호사는 정치권 및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여러 격랑의 고비와 관련해 정확한 예측을 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무욕(無慾)'이다. 그래서 제가 조금 더 냉철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며 "그리고 아무래도 나이가 가져다주는 지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장안의 유명한 명리학자 한 분은 한 번씩 저에게 어떤 일의 전개에 관한 의견을 묻는다"며 "제가 조금 더 이른 나이에 이런 통찰력을 가졌더라면 많은 부끄러운 실패를 거듭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평 변호사가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디지털타임스 DB>
신 변호사는 혐오가 난무하고 첨예한 갈등 사태를 빚고 있는 우리 사회를 향해 뼈 있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신 변호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과도한 반목과 긴장, 갈등으로 칭칭 감긴 사회다. 저는 우리 국민이 단기간에 가난한 후진국 상태를 탈피해 '선진사회'로 진입한 저력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자부심과 자랑을 갖고 또 신뢰를 보낸다"면서 "그런데 지금의 꼼짝달싹할 수 없는 길항이 계속되면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 번씩 휩싸인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신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정치 이슈에 대한 말은 '극도로' 아꼈다.
디만, "어차피 정치적 입장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대를 공연히 미워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존귀한 인격을 가지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수단이기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